[헬스코치] 두 가지 착시가 만든 키와 살에 관한 오해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추석 때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고 온 애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질문중의 하나이다.
“선생님,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요. 어릴 적 살은 키로 가니 걱정 말고 많이 먹으라고요.”

이런 질문은 대부분 고도비만보다는 병원치료를 통해 정상체중범위까지 체중을 감량한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온다. 조부모의 눈으로 보면 통통하던 아이들이 안본 새 살이 빠져 홀쭉해졌으니 걱정이 되시고 안타까우실 만도 하다. 심지어 병원치료를 받으러 다녔다고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하셔 엄마들이 당황해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왜 조부모들은 엄마들이 보았을 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그리고 구시대의 잘못된 개념을 아이들의 비만에다 들이대는 것일까?

여기에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살아온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축된 두 가지의 착시가 작용한다.

첫 번째가 사회적 착시현상이다.

대체로 키 성장은 유전학적 소질과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영양학적 제공상태, 즉 성장시기에 필요한 칼로리 섭취량을 얼마나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가가 보편적인 규정수준으로 작용하며 그 이후에 개인의 후천적 환경, 식습관, 운동습관, 스트레스 조절정도 등이 개별적인 규정수준으로 보완된다.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 세대의 키 성장은 전적으로 모자란 보편적 규정수준을 채우는데 급급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설움은 우리 조부모세대의 머리 속에 많이 먹어야 산다라는 생존론적인 신념을 심어놓았으며 앞에 음식을 두고도 남기는 것은 생존경쟁에 뒤처지는 어리석고도 위험한 행동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에너지 섭취량의 기본수준은 확연히 차이가 나며 지금은 생존을 위해 많이 먹는 것보다는 건강을 위해 어떻게 먹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시대가 온 것이다.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는 잘 먹이는 것이 절대생존요건이자 미덕이었다면 지금은 많이 먹이는 것이 아이들의 몸에 필요이상의 과잉에너지를 투기하는 유해한 행위로 바뀐 셈이다.

두 번째 상대적 착시현상의 종적관찰결과에 따른 오류이다.

뚱뚱한 애가 더 큰다는 상대적 착시가 생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조부모님들이 살았을 당시의 대부분의 소아청소년들은 영양결핍으로 마른 몸이었다. 이러다 보니 정상 체중인은 오히려 통통하게 인지되는 것이다. 즉 경제적 수준의 저하로 인해 보편적 규정수준을 채우는 것 자체가 절대적인 과제였으며 이것을 규정이상으로 채운 청소년들은 희소하여 이들이 자연스레 높은 경제수준으로 인해 적정영양으로 인한 우월한 키 성장의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은 당연하였다.

따라서 제대로 잘 먹는 것이 로망이었던 그 시대의 통통함이란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경제적 수준을 가리킴에 다름 아니었다. 즉 통통했던 아이들이 키가 컸다는 것은 절대적인 수준에 도달한 아이들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당연한 인과론적 현상을 이야기하며 이것은 후진국과 선진국의 발육상태를 비교하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즉 후진국과 선진국의 키와 골격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후진국에서도 잘 먹는 일부 계층은 다른 대부분의 소아청소년에 대해 발육상태가 우수하다. 이것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이야기이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비만한 아동들보다 정상체중의 아동들의 발육상태가 훨씬 더 균형 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 나라 소아청소년의 대부분은 필요칼로리를 채우는 보편적인 규정수준을 다 채우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칼로리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오히려 비만아동들의 필수영양소는 결핍되고 칼로리 섭취량은 많아지는 외화내빈현상이 저소득층 아동들에서 두드러지는데 이것이 발육저하로 연결된다.

결론적으로 그 당시 통통했던 정상체중인 아이들은 말랐던 동시대의 대부분 아이들에 비해 발육이 좋았을 것이고, 이것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연결되면 통통했던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풍채가 좋고 키가 큰 종적관찰결과의 오류로 기인하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의 결론은 필요이상의 체지방율은 성조숙 경향을 앞당기고 최종 키를 작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필요에 의해 조부모가 아동을 양육하는 역할을 주로 맡을 수밖에 없는 아동들의 가족들에서는 아이들의 체중관리에 조부모님의 착시현상에 따른 많이 먹이기가 작용하고 있지 않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지금까지 겪은 모든 조부모님들은 손자손녀들의 비만이 아동들의 몸맘뇌 적정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히려 부모님들보다 더 단호하고 신속하게 자신의 인지를 교정하고 손주 체중감량에 협조하였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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