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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길이 아니면 어떠랴"

중앙일보

입력

7월의 날씨는 견디기 힘들다.장마의 굵은 빗발이 소서(小暑)와 만나 후텁지근한 습기로 대지를 짓누르는가 싶으면 뒤따라온 초복(初伏) ·대서(大暑) ·중복(中伏)이 경쟁이라도 벌이듯 수은주를 높인다.

더위 만큼이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일상의 분주와 반복도 여전하다.

그래서 감행하는 도시 탈출. 흔히 지프로 알려진 4륜구동(4WD) 차량을 갖고 있는 오너 드라이버에게 비포장 ‘오프로드’로의 ‘일탈’은 탈출을 넘어 탈주에 가까운 기쁨을 맛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돌덩이가 차체를 때리고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는 험로 주행은 가속기를 밟는 만큼 순순히 거리를 양보하는 포장도로 주행과는 전혀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취재를 동행한 오프로드 동호회 '레드 울프' 의 나명동 회장은 "일반 승용차로는 갈 수 없는 '길아닌 길' 을 완주했다는 만족감" 을 오프로드 주행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강원도 평창군과 정선군 경계에 자리잡은 청옥(靑玉)산은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어려움 없이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손쉬운 오프로드 코스를 갖추고 있다.

해발 1천2백55m 정상 바로밑에 형성된 '6백 마지기' 라고 불리는 22만여평의 평지를 지역주민들이 1960년대 중반부터 개간, 배추.무 등 고냉지 채소를 재배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농로는 훌륭한 오프로드 코스로도 쓰이고 있다.

승용차로도 오를 수 있을만큼 길이 평탄해 나회장은 "난이도를 따질 수 없다. 오프로드 코스라기보다 차라리 드라이브 코스에 가깝다" 고 평가한다.

전문가에겐 '고속도로' 겠지만 초보자가 오프로드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해발 5백m를 웃도는 평창군 미탄면 한치마을 뒷길을 출발, 7백여m의 표고차를 좁히며 6백 마지기에 오르는 길은 급경사가 이어지다가 급하게 방향이 꺾이는가 하면 길 양편을 병풍처럼 두른 수림 사이를 통과하며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대부분 자갈길이어서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건 물론 바닥이 깊이 패인 곳에서는 심하게 한쪽으로 쏠린다.

30분 가량 씨름끝에 도달한 6백 마지기는 언제 산길을 지났나 싶게 넓다.

22만평 중 17만평을 임대해 배추.무 농사를 짓는다는 신점철(55)씨는 "말 6백필을 충분히 놓아 먹일 수 있을 만큼 넓다고 해서 6백 마지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며 특이한 이름의 내력을 밝혔다.

한치마을~6백마지기~회동마을로 내려오는 12㎞ 코스는 시간 낭비 없이 부지런히 가면 한시간 남짓이면 돌아볼 수 있다.

청옥산으로 성이 안찬다면 동강 래프팅으로 유명한 진탄나루에서 출발, 강을 따라가다 영월로 넘어가는 길에 마련된 산길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 길이는 1㎞ 남짓이지만 온통 돌투성이여서 5㎞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 진탄나루까지는 미탄면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다.

평창을 벗어나 31번 국도를 따라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의 무대 봉평으로 방향을 잡으면 소설속의 허생원과 동이가 밤새 길을 재촉해 가고자 했던 대화를 지나게 된다. 4, 9일에는 대화 5일장이 선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라면 봉평에서 면온 IC 쪽으로 향한다.

서양화.서예.도자기.조각 등 전업 작가 5명이 폐(廢)교사를 활용, 작업실과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무이예술관에 들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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