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푸틴 … 축하 vs 퇴진 엇갈린 러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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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60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는 TV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평범하고 건강한 남성이라는 점을 과시했지만 야권은 60세가 러시아의 법정 은퇴 연령임을 강조하며 푸틴의 퇴진을 요구했다.

 푸틴은 이날 친크렘린계 민영방송 NTV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일상을 공개했다. 언론이 근거리에서 푸틴의 생활을 밀착 취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TV는 황금시간대인 휴일 저녁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푸틴의 다큐멘터리를 편성했다.

 프로그램에 공개된 푸틴의 일과는 근면한 ‘보통 남성’의 표상이었다. 푸틴은 우선 수영장에서 1000m 접영을 한 뒤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또 냉온탕욕을 한 뒤 오트밀·코티지 치즈·날메추리알·비트 주스 등으로 아침을 먹었다. 푸틴의 업무 처리는 자정 이후까지 이어졌고, 전용기에서도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을 주 시청자층으로 삼고 있다”며 “반푸틴 시위의 주축을 의식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는 러시아 여성의 20%가 푸틴과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는 결과도 내놨다.

 푸틴은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친구·친척과 함께 조용히 생일을 보냈지만, 전국적으로 푸틴을 축하하는 움직임이 줄을 이었다. ‘가장 친절한 사람, 푸틴’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이날 모스크바에서 막을 올렸고, 지지자 10여 명은 4150m 높이의 캅카스 지역 최고봉에 올라 푸틴의 초상화를 펼쳤다.

 하지만 반푸틴 움직임도 만만치 않았다. AP통신은 수백 명이 푸틴 퇴진 촉구 시위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야권은 시위를 열고 “레닌도 52세에는 할아버지라고 불렸다”며 “할아버지 푸틴은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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