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털어 독도 전면 광고 낸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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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독도는 애인 입술처럼 뜨거웠다/구름 속에 묻혔다 일어나는/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독도는 나의 조국/나의 여인이여’(독도는 지금)

 지난달 29일 ‘독도는 지금’이라는 시(詩) 한 편이 독도 사진과 함께 본지 한 면을 가득 채웠다. <본지 9월 29일자 10면> 시인 홍순미(54·사진)씨가 자비를 들여 낸 전면 광고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는 그가 일간지에 독도 전면 광고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에 일본인이 말뚝을 박아 놓은 걸 보고 대한민국의 보통 주부로서 그냥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씨는 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치인, 지식인들이 체면치레 하느라 독도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며 “평범한 아줌마들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주장해야 호소력이 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를 외면하는 일본 정부 태도를 보면서 역사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끔씩 서울 중학동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도 찾는다. “그곳에 갈 때마다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갑니다.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받은 할머니들이 한 분씩 돌아가시는데, 국가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주장하고 있다니요….” 그 소녀상에 일본인이 와 말뚝을 박은 것에 울분이 치밀었다. 그가 그동안 부어온 적금을 털어 광고를 낸 이유다. 독도 사진과 함께 낸 그의 시는 2011년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를 채택할 때 쓴 시다.

 홍씨는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바코드여인』 등 시집 5권과 소설 『바람난 부처』 를 냈다. ‘그리움으로 눈을 뜨고/외로움으로 밤을 맞는’으로 시작하는 ‘독도는 지금’에서 독도는 애간장 녹이는 애인으로 비춰진다. 그는 “한반도와 떨어져 있는 독도는 누군가는 찾지만 늘 혼자 있는 애인과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년 애독자인 홍씨는 “중앙일보의 지면은 여백이 있고, 예술적인 감수성으로 채워져 있다”며 “독도 문제를 호소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지식인이 빡빡한 문체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저 같은 평범한 시민이 절절한 마음으로 동참하는 게 더 큰 효과를 내지 않겠습니까. 방식은 달라도 우리 국민들 모두, 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씨의 독도 시 광고는 지금까지 2회 게재됐고, 앞으로 세 번 더 지면에 실릴 예정이다.

글=이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2str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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