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을 풍자 도마 위에…

중앙일보

입력

경인방송(iTV) 이 다음달 2일 선보일 '공회장네 식구들' (월.화 밤 10시50분) 은 돈에 목숨을 건 사람들의 행태를 풍자하는 시트콤이다.

주인공 공회장은 약간은 무식하고 저돌적이며 매사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인물. 게다가 근면과 성실, 의리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이다. 제작진은 이를 "재벌 1세대의 모습" 이라고 표현했다. 실존 인물과 어딘가 많이 닮은 것 같다.

하지만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이 시트콤을 보며 특정인을 떠올릴까봐 원래 기획안에서 한 발 물러섰다.

제목도 '왕회장과 나집사' 였던 것을 크게 손질했다.

제작진은 또 "재벌의 생활을 일차원적으로 파고 드는 것이 아니라 재벌과 그 주변 인물들이 돈으로 맺고 있는 여러 종류의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이미 잘 알려진 사건보다는 인간 내면에 깊숙히 숨어 있는 본능을 이야기할 것" 이라고 밝혔다.

풍자드라마의 선구자로 통하는 KBS 'TV손자병법' (1987년) 을 쓴 이관우 작가가 대본을 쓰고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영렬씨가 연출을 지도한다.

주인공 공회장역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닮아 화제가 됐던 탤런트 박용식씨가 맡았다. 그의 부인 오교수역은 이연경이, 그리고 서로 험담하고 갈등하는 관계인 두 명의 비서실장 나실장과 오실장역은 탤런트 이경영과 임선택이 연기한다.

공회장의 첫째 아들 공일남(최호진) 은 놀기만 좋아하고 말썽만 피우는, 부정적인 모습의 재벌 2세 캐릭터다. 미국 유학을 한 자유주의자로 등장하는 둘째아들 공이남역은 공회장역을 맡은 박용식의 실제 아들인 박세준이 맡았다. 이밖에도 공회장의 딸과 동생 등이 등장한다.

첫 회는 대학을 인수하자는 오실장의 말에 솔깃해진 공회장이 자식들에게 교수자리라도 하나씩 만들어 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품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했다.

제작진의 설명대로 돈이면 뭐든지,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진 자들의 모습을 풍자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의 김병욱PD는 "풍자에서 중요한 건 풍자 대상이나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서도 즐거워할 수 있고 현실을 비판할 수 있게하는 이야기의 완결성" 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풍자 대상에 대한 단순한 흉내내기에 그치고 만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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