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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자 화가 고헌씨

중앙일보

입력

"타는 목으로 사막을 헤매다 식수 한 통을 얻은 듯한 심정입니다. "

제23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화가 고헌(32) 씨는 "통보를 받고 수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고 말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청주대 회화과와 동국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유학파도 아니고 유명대학 출신도 못되는' 설움을 톡톡히 당해왔다. 지난 겨울엔 작가가 초대를 받는 기획전을 해보려고 작품 포트폴리오를 들고 30여곳의 화랑을 헤맸었다.

"작품 사진을 보면서 '유학 다녀오셨어요?' 라며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이 경력란을 읽고 나서는 '다음에 연락드리겠다' 고 하더군요. "

그런 과정에서 오기가 생겨 작품으로 승부한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결국 지난 3월 사간동 조성희 화랑에서 기획전을 열 수 있었고, 전시를 본 현대아트갤러리 큐레이터의 요청으로 연장 전시도 하게 됐다.

그는 지난 여름부터 아르바이트를 중단하고 전업작가가 됐다. 동갑내기 부인이 인천예고 발레 강사로 취업, 안정된 수입이 생기면서 작품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경기도 광주의 창고 건물을 작업장으로 쓰는 그는 "의자에 앉아 부드러운 붓으로 물감을 캔버스에 칠하는 회화를 하기에는 왠지 미안했습니다.

금속판에 공구를 들이대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재료의 질감도 마음에 들었지만 몸으로 부닥치고 땀을 흘리는 작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 말했다.

이번 수상작도 알루미늄 판을 드릴과 사포로 깎아 두 개의 손을 그린 작품.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자와 빛의 위치가 뒤바뀌는 효과가 인상적이다.

이에 대해 "빛나는 금속판이 상징하는 영원성 위에 인간의 찰나적인 몸짓이 음화로 떠오르게 했다. 음영이 뒤바뀌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해 작품에 활용했다" 고 설명했다.

***중앙미술대전 입상자 명단

◇ 대상=고헌 'Work 01-045'

◇ 우수상
▶평면=권지현 '허상의 공간-기억' .이옥연 '혼돈-II' .허정호 '시간이야기-AM 6:00'
▶입체=이성현 'Manacle' .이용덕 '메시아의 탄생' .하태범 '空'

◇ 특선
▶평면=권오준 'Order in Confusion-rain drop' .김희진 'Into the internet' .이석환 '전쟁의 파편(I) ' .장하나 'cube composition II' .전영근 '무제I' .최세희 '회광반조(回光返照) ' ▶입체=노동식 '아버지의 온기' .백인정 '섬-가고 싶어' .윤두진 '거인의 꿈' .한상진 '나는 왜?'

◇ 입선
▶평면=강형수.고석원.김범석.김소연.김진.나형민.남상운.박금만.박현철.변재언.손성일.손한샘.신현정.안교범.안성하.여상희.윤여향.음현정.이강욱.이경은.이예승.이유진.이은경(1077) .이은경(1272) .이혜영.장재철.전상면.정영한.정진건.정화성.지남현.최익진.최정수.최준근.최학보.한경화.함창현.황인란

▶입체=권대훈.김난주.김양선.김태균.도혜련.문병두.박정흠.박형필.변대용.송지인.우무길.윤영준.이정우.전대식.차승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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