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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명소 수암골 “이름 돌려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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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충북 청주시 수동 수암골. [중앙포토]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 수암골 주민들이 뿔났다. 수암골에 사는 주민들이 정작 자신들의 마을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누군가 2년 전 이미 ‘수암골’이란 이름으로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해버린 탓이다. 이 지역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달동네였다. 경사가 심한 데다 좁은 골목 사이로 불규칙하게 집들이 붙어 있어 외지인들이 찾지 않던 곳이었다. 남아 있는 피란민들은 대부분 60∼70세 고령층이고 생활이 어려워 폐지를 줍는 등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 왔다.

 그러다 2007년 청주의 예술단체들이 추억의 골목여행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벽화를 그린 이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선정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2010년 6월 드라마 방영과 함께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하루 500여 명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마을 주민들은 정부와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아 식당을 한 곳 차렸다. 수익도 한 달에 500만원 이상 올릴 만큼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슷한 메뉴를 파는 식당이 생기면서 1년 만에 수익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카페에도 손님을 빼앗겼다.

 마을 주민들은 고심 끝에 수암골을 브랜드로 내세운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로 했다. 식당과 카페 모두 외지인들이 들어와 차린 것이기 때문에 수암골을 내세우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곧 실의에 빠졌다. 주민들도 모르게 이미 특허청에 수암골이란 상표가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0년 9월 수암골이란 이름으로 상표등록 출원서가 제출됐고 지난해 12월 등록이 결정됐다. 가까스로 활로를 찾았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수암골 주민들이 마을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표법상 수암골 상표 등록이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수암골 통장인 윤여정(55)씨는 “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부지만 매입하고 1년이 되도록 상표조차 사용하지 않는 외지인에게 마을 이름을 내줄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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