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이오강국을 이끄는 힘…바이오클러스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첨단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제약 산업도 마찬가지다. 의약품 산업은 타깃 발굴부터 임상·생산·제품화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 과정 중 어느 한 과정이라도 소홀하면 제품을 완성하지 못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바이오·제약 산업 특성상 제품을 완성해 매출을 올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필요하다. 여기다 성공에 대한 위험부담도 크다.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실패할 확률도 높다. 이런 특성으로 바이오 산업은 분야별로 전문화된 기업-대학-연계조직간 협업이 중요하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신약개발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받는 신물질 수는 줄면서 신약 생산성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관 기관간 긴밀한 네트워크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 실제 2010년 기준으로 바이오 관련 글로벌 아웃소싱 시장규모가 280억 달러(약 31조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바이오 클러스터(Bio-Cluster)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2’에도 국내 바이오 산업 성공을 위해서는 바이오 클러스터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회를 맞는 바이오코리아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바이오산업 전시회다. 매년 바이오산업의 최신 동향과 발전 방향을 소개한다. 올해는 해외업체 200여 곳을 비롯해 국내외 500여개 업체가 참석했다. 특히 올해 바이오코리아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신약개발 아웃소싱기업이 일곱 곳이나 참석했다. 스코틀랜드에는 대규모 생명과학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분야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체가 하나의 바이오 클러스터”

▲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이안 레슬리 바이오 담당이사 스코틀랜드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자치권을 갖춘 영국 북부에 위치한 지방정부다. 흔히 스코틀랜드 하면 스카치 위스키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복제양 돌리를 개발하고, 인슐린을 개발한 생명공학의 선두주자로 유명하다. 그 배경엔 스코틀랜드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다.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이안 레슬리 바이오 담당 이사는 "스코틀랜드에는 글래스고, 에딘버러, 던디 등 주요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약 640여 곳의 의료·제약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크게 보면 스코틀랜드 전체가 하나의 바이오 클러스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는 연구·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은 자체적으로 약물 안정성·유효성 등 검증 과정을 거쳐 바로 제품화 할 수 있다. 그만큼 지역 내 관련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스코틀랜드 지방 정부다. 기술은 있지만 재정적으로 자립이 힘든 기업에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 의약품 연구개발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알막 그룹의 박애리 이사는 "스코틀랜드가 세계 바이오 산업을 이끄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라며 "스코틀랜드 지방정부는 신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연구비의 50%를 5년간 지원해 연구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폭적인 지원으로 영국 전체에서 개발하는 의약품 파이프라인의 25%는 스코틀랜드에서 개발되고 있다.

의학·바이오 분야 우수 인력도 스코트랜드에 집중돼 있다. 이안 레슬리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바이오 담당 이사는 "스코틀랜드 인구는 전체 영국 인구의 9%가량에 불과하지만 의료산업 관련 인력 비중은 15%에 달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의약기업 중 70%는 의약품 개발과 관련한 연구용역 아웃소싱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스코틀랜드에는 존슨앤드존슨, 퀀타일스,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같은 글로벌 제약사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또 2007년에는 권위 있는 생명공학 잡지 피어스 바이오텍에 세계 5대 생명공학 연구단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체계적으로 지원·관리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제약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국 역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도 오는 2020년까지 세계 50대 제약사 2곳을 육성해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정책목표로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국내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 해답 역시 스코틀랜드 바이오 클러스터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바이오 클러스터 운영 노하우다.

▲ 바이오코리아 2012에 참가한 스코틀랜드 전시관의 모습.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기술력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생물의약품 안전성 CRO 전문기업인 SGS 비트롤로지 아치 로밧 연구이사는 "한국 바이오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3개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생물의약품 약물 테스트 업체인 바이오아웃소스 게리 맥케이 대표도 "의약품 기초연구와 서비스는 스코틀랜드가 앞서지만 생물학 제제 등의 생산 분야는 한국이 앞선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효율화다. 한국은 경기·송도·오송·원주·대덕·대구 등 전국 곳곳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운영중이다. 하지만 투자가 분산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약개발 기술만으로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장헌상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한국대표는 "클러스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한국에게 스코틀랜드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라며 "스코틀랜드와 협력으로 연구인력 양성, 기업간 의약품 개발 협력, 정부기관의 R&D투자 노하우를 배우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기사]

·넘쳐나는 병상, 지역편차 심각 [2012/10/02] 
·인하대병원, 감성으로 다가가는 암치료 약속해 [2012/10/02] 
·국내 피부과 전문의, 홍콩에서 해외 의료진 앞에서 [2012/10/02] 
·조울증 앓는 환자, 음악으로 위로하는 장 연다 [2012/10/02] 
·국립암센터 "암건진 질 향상 교육을 아시나요?" [2012/10/03]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