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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동산이야, 바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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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윤창희
사회부문기자

선거를 앞두곤 눈길을 끌려는 부동산 공약이 으레 등장한다. 2006년 서울시장을 노렸던 정치인들은 반값 아파트 정책을 내놨다. 홍준표 의원의 토지임대부 주택과 이계안 의원의 환매조건부 주택이다. 땅은 빌리고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이 전자라면, 후자는 20년간 처분이 제한되고, 팔 때도 공공기관에만 팔도록 해 양도차익을 차단하는 구조다. 둘 다 분양가가 저렴할 수밖에 없는데, 정치권은 ‘반의 반값 아파트’라 홍보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분형 주택제도를 들고 나왔다. 주택에 지분 개념을 도입해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집값을 분담하자는 아이디어였다. 2010년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내세운 계약임대는 서울시가 직접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어 임대료 상승을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반짝반짝’ 공약들은 아이디어로서는 그럴듯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특수한 외국 상황에서 성공한 제도인 데다 소유와 임대(전세)로 한정된 국민들의 주택 보유 의식은 생소한 소유구조 받아들이기를 주저했다.

 이번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가 먼저 치고 나왔다. 렌트푸어를 위한 ‘보증금 없는 전세제도’와 하우스푸어를 위한 ‘주택지분매각 제도’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주인이 세입자 대신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충당한다는 구상은 집주인 우위인 지금의 전세 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공공기관이 아파트의 지분 일부를 사준다는 정책도 소유관계만 복잡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아직 임대주택 확대같이 원론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후보들 차이보다 오히려 공통점이다. 공히 서민 주거대책 위주이고, 거래 활성화 방안은 빠져 있다. 경제민주화 경쟁이 벌어진 선거 분위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최근 2년 반 동안 5% 이상 떨어진 서울의 집값이 예사롭지 않다. 후보들은 이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실종된 주택 거래 때문에 하우스푸어들이 코너에 몰리고, 전세 수요만 늘면서 렌트푸어들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실효성이 없는 아이디어 수준의 제도 도입이나 막연한 임대주택 확대보다는 집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

 쉽지는 않다. 대출규제 완화는 가계부채를 더 악화시키고, 재정투입은 후세에 부담을 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안이 있을까. 2012년 대한민국 부동산은 분명 고차(高次) 방정식이 돼 있다. 이 난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만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 92년 빌 클린턴을 흉내내 이렇게 충고하고 싶다. “문제는 부동산이야,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