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가 취임 2주년(10월 1일)을 앞둔 27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2월 퇴임할 경우 김 총리의 재임 기간은 2년 5개월로 정일권(6년 7개월)·김종필(6년 1개월, 2번 역임)·최규하(3년 10개월) 전 총리에 이어 네 번째 장수 총리로 기록된다. 1980년 이후론 최장수가 된다.
지난 2년 간 ‘우문현답’(우리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를 줄인 말)을 강조하며 전국의 민생현장을 찾은 김 총리는 이날도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를 찾아 환경미화원들을 격려했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인사 때마다 비판을 받아온 이명박 정부에서 ‘잘한 인사’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막상 김 총리는 2년 재임 성과에 대해 “수우미양가로 따지면 우와 미 사이 정도”라고 자평하면서도 “2년간 한 게 무엇인가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정부·지방자치단체·정치권이 무상보육 정책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 “재정 건전성 확보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복지 예산, 국가 예산은 균형을 맞춰야하고 한꺼번에 대폭 늘려놓으면 감당이 안 된다”며 국가부채 등 재정 원칙을 헌법에 규정한 독일, 폴란드, 스위스의 예를 들었다. 정치권의 대선 복지공약에 대해선 “지금 당장 빚을 늘려서 하면 박수 받을 수 있겠지만 그래선 안 된다”며 “정부가 휘둘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나가는 것이 다음 정부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 대통령 후보가 내세우는 ‘책임총리제’와 관련 “현행 헌법하에서도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협력·분업관계를 잘 정리하면 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제도보다 운영의 문제”란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퍼스널리티(성향)’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불안정할 수 있다. 아무리 (대통령과 총리의) 뜻이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제도적 틀이 없으면 여러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제도적 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대신 “헌법 개정하는 것이 용이한 문제는 아니니 그전에 뜻이 있다면 차선책을 찾아 노력한다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부언했다.
퇴임 후 거취와 관련, 김 총리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당연한 이치”라며 정치 활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다. “공직생활 40년간 긴장하고 살아왔다. 이제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했다.
조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