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병 5000여명 장학금·취업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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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요시 댄(21)은 지금 팔레스타인의 웨스트뱅크에서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군인 생활 16개월 동안 폭탄테러와 전투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동료나 민간인이 죽는 것도 목격했고 자신도 팔레스타인인에게 사격을 해봤다. 댄은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자란 유대인이다. 그는 군인이 된 데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신체도 건강해졌으며, 히브리어도 배웠고, 내가 이스라엘인임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의 셰리 아릴드슨(20)도 이스라엘군 보병으로 요르단 국경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앳된 소녀 같은 모습이지만 "이스라엘은 다른 선택이 없다. 나 같은 유대인 후손들이 지키는 수밖에" 라며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또 "이스라엘에 사는 남녀 젊은이들이 2~3년의 의무복무를 하는데 같은 유대인으로 안전한 곳에서 편하게 살 수만은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댄과 아릴드슨은 모두 자원병이다. 둘 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전선을 택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두 사람처럼 수십 개국에서 모여든 5000여 명의 외국 태생 자원병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들은 정규 징집병 12만5000명의 4%를 차지한다. 직업군인 4만5000명은 이와 별도다.

이스라엘은 모든 해외 거주 유대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군대 자원과 국적 취득은 무관하다. 대부분의 자원병은 "700만 이스라엘인은 4억 아랍 인구와 싸워야 한다. 입대는 진정한 유대인임을 입증하는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군 복무를 하지 않는 해외 거주 유대인에 대한 불이익도 없다. 사회적 비난도 거세지 않다.

다만 군대에 자원하는 해외 유대인 청년들은 많은 혜택을 받는다. 해외의 유대 기구들은 장학금과 다양한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군 복무 뒤 일자리도 알선한다. 이스라엘 정부도 자원병에게 무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원하면 언제라도 군 복무를 포기할 수 있다. 모두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포용 정책으로 해외 동포들의 자발적인 병역 참여를 유도하고 병역과 국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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