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불똥 … 도요타·닛산, 중국 내 감산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반일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지난 16일 중국인 시위대가 자신들이 부순 도요타 자동차 위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 차량이 불매운동의 대표 제품으로 떠오르면서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일제히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의 고통을 겪고 있다. [선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자동차 ‘빅3’가 중국에서 본격 감산에 들어갔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거세지면서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 판매가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에 따른 수요 축소와 재고 누적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피해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2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26일부터 4일간, 닛산자동차는 27일부터 3일간 각각 광둥(廣東)성 공장을 휴업 조치했다. 또 이들 기업은 중국의 국경절(건국기념일) 연휴가 시작되는 30일부터 8일간 조업을 중단한다. 그 이후로는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잔업 중지와 2교대 축소 등을 통해 감산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도요타가 휴업에 들어가는 공장은 광저우(廣州)자동차그룹과의 합작 공장이다. 이 공장은 도요타의 주력 세단인 캠리를 생산한다. 이 공장은 반일 시위 때문에 지난주 휴업한 끝에 24일부터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다시 휴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닛산은 둥펑(東風)자동차그룹과의 합작 공장 등 3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혼다는 광저우자동차그룹과의 합작사인 광저우혼다(廣州本田)가 주간에만 조업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인다. 스즈키도 당분간 충칭(重慶) 공장의 조업시간을 단축한다.

 일본 차들이 중국 부유층을 겨냥해 공을 들여온 고급차 수출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도요타는 일본 후쿠오카(福岡) 공장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렉서스 생산량을 20% 줄이기로 결정했다. 중·일 양국 갈등이 진정되기만 바랐던 도요타로선 가장 피하고 싶었던 선택이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중국 내 감산은 심각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다. 일본 자동차는 중국에서 한국·독일·미국 등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중국시장 전체로는 일본차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개별 회사로는 폴크스바겐이 1위를 차지하고, 제너널모터스(GM)와 현대차가 뒤를 잇는다.

 그러나 영토 갈등으로 중국인들이 불매운동에 나서면서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는 대표적인 불매 표적이 됐다. 도요타는 당초 올해 중국시장에서 100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었다. 도요타 전체 판매량의 10%에 달한다. 하지만 이 목표는 현재 분위기로 봐선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도요타보다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닛산은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내 반일감정이 도요타와 닛산의 신차 판매에 미친 영향은 약 2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상하이 소재 리서치 기관인 LMC오토모티브의 쩡즈링(曾志凌) 이사는 “영유권 분쟁이 터지면서 일본 차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를 기회로 독일과 한국 차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차는 연간 130만 대 정도 팔리고, 한국 차는 80만∼90만대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 일본 차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으로 판매량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독일 폴크스바겐의 중국 내 판매량은 슬금슬금 늘어나는 중이다. 한국자동차협회 김태년 통산협력팀장은 “업체들이 재고를 3개월 정도 가져가기 때문에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찾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