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명문대·우등생 대신 나만의 기준으로 미래를 그려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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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총괄 디자인 부사장.

얼마 전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사로 본 적이 있어요. 1위가 ‘공무원’이었답니다. 그 기사를 보고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공무원이 정말 좋은 직업이긴 하지만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초등학생이 꿈꿀 만한 직업 같지는 않았거든요. 이들에게는 ‘우주비행사’나 ‘탐험가’ 같은 직업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아마 ‘안정감’ 때문일 거예요. 공무원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는 사기업과 달리 고용 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차분하고 착실하게 주어진 업무를 해 나갈 수 있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실은 공공을 위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때도 많다고 해요.

아마 대다수 사람은 이런 안정감과 편안함을 누리고 살길 바랄 겁니다. 그런데 이런 편안함과 안정감 속에 사는 게 진정 행복한 일일까요? 이번에 같이 읽어 볼 기사의 제목처럼 아무런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아무 도전도 하지 않는 편안한 삶이 어쩌면 가장 위험한 삶이지 않을까요?

안정을 추구하는 게 왜 위험한 일일까요? 흔히 이 명제에 대한 근거로 ‘개구리 효과’를 들곤 합니다. 개구리 효과는 ‘갑자기 뜨거운 물속에 들어간 개구리는 깜짝 놀라 튀어 나오지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 있는 개구리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해 결국 죽고 만다’는 의미입니다. 조금씩 더워지는 물속에서 개구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따뜻하다” “이 정도면 견딜 만하다” “편안하다” “괜찮다”며 안일하게 헤엄쳐 다니고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까지 살아온 편안한 거처에 변화가 생긴 것을 느꼈다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다”며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덕에 죽음에 이르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위험을 무릅쓴다는 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이 따르는 길에서 벗어나는 것, 나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기사에 등장하는 기아차 총괄디자인 부사장 피터 슈라이어는 “매 순간 위험을 무릅쓰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남보다 앞서가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늘 같은 일, 편안한 일만 반복하는 곳에서는 아무런 발전도 성과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지요.

우리 사회는 ‘획일적’이라고들 합니다. 한 가지 기준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재단한다는 의미입니다.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공부를 잘해야 하고, 잘생기고 예뻐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이런 정해진 기준을 답습하는 대신 나만의 길을 개척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만의 기준으로 자신의 진로를 창조해 보길 바랍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쓸 때 누구보다 성공적인 인생이 펼쳐질 테니까요.

  김지연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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