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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북극 다산기지 왜 만든 건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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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Q 빙하와 백곰의 나라 북극. 사람 자취라곤 없을 듯한 이곳에 한국의 ‘다산(茶山) 과학기지’가 있습니다. 2002년 설립된 뒤 올해 열 돌을 맞았습니다. 최근 대통령이 그린란드·노르웨이 등 북극권 순방에 나서면서 다산 기지도 재조명됐지요. 대통령은 왜 춥고 메마른 땅 북극을 찾은 걸까요. 우리 땅도 아닌 북극에 기지를 세운 이유는 또 뭘까요. 북극에 인류 미래와 경제의 ‘열쇠’가 숨겨 있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강일구]

A 노르웨이 최북단인 스발바르 군도의 니알슨. 13일(현지시간) 서울에서 네 번 비행기를 타고 16시간 걸려 북위 78도의 극지(極地)에 도착했습니다. ‘다산 과학기지’가 둥지를 튼 곳입니다. 기지 이름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의 호에서 따왔습니다. 니알슨은 17세기 고래잡이 기지였다가 20세기엔 탄광촌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영국·일본·노르웨이·인도 등 11개국 과학기지가 몰려 있습니다. 공항·발전기·식당·체육관 등을 함께 쓰는 공동체 같은 곳입니다.

 몇 가지 이유로 니알슨은 북극 연구의 ‘명당’으로 꼽힙니다. 먼저 지구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곳의 하나입니다. 실제 마셔본 공기는 청량함 자체였지요. 게다가 고온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는 ‘기후 변화’의 현장은 지척에서 보입니다. 북유럽 국가와 가까워 연구장비·생활물자를 대기도 좋습니다. 각국이 거금을 투자해 기지를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니알슨 기지촌은 노르웨이 킹스베이라는 회사가 관리하는데 250㎡ 규모로 14명이 머물 수 있는 다산 기지는 매년 4억원의 사용료를 냅니다.

 칼바람 몰아치는 남의 땅에서 적잖은 돈까지 내면서 기지를 운영하는 건 북극의 ‘잠재적 경제 가치’ 때문입니다. 미국 지질연구소에 따르면 아직 채취하지 않은 석유·천연가스의 25%가 북극해에 묻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석유만 900억 배럴이 있답니다. 한국이 100년간 쓸 수 있는 양입니다. 부족한 자원 때문에 골치 아픈 한국 입장에선 보물창고 같은 곳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한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북극해의 그린란드를 방문해 ‘자원을 함께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다산 기지에도 휘호를 보내 연구원을 격려했습니다.

 북극 항로도 주목 대상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해빙이 가속화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자 새로운 항로를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후변화라는 재앙과 신항로 개척이라는 기회가 공존하는 곳이 북극인 겁니다. 국토해양부는 ‘부산~북극해~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이어지는 항로를 활용하면 기존의 남쪽 코스(부산~인도양~수에즈운하~유럽)보다 거리가 32% 단축되고, 운항일수도 10일 정도 줄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이득입니다. 항로 개척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말 안에 국내의 3개 해운회사가 시범 운항을 최초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만만한 건 아닙니다. 빙하에 부딪칠 수 있고, 얼음을 뚫고 나갈 쇄빙선을 만드는 데 돈이 필요합니다.

 북극권 접근은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여기에 눈 돌리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노르웨이·스웨덴·그린란드(덴마크령) 등 북극권 국가의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극해 주변의 5개국은 “환경과 토착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타국 접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이 북극을 개척하는데 과학기술도 중요하지만 문화인류학 등을 공부해 현지 토착민의 삶을 살펴보는 접근법도 필요합니다.

 당장은 자원 개발을 공공연하게 천명하는 것보다 다산 기지의 ‘본업’인 과학 연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한국이 공헌할 때 북극권 국가도 우리의 ‘지분’을 인정해 줄 것이기 때문이죠. 연구 과제는 무궁무진합니다. 북극해는 남쪽의 따뜻한 물과 북극의 찬 물이 만나는 곳이라 해양 생태계가 풍부합니다. 북극은 우리의 일상적 삶과도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한반도의 겨울철 한파가 강해졌는데 북극의 환경 변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눈앞에서 본 빙하는 책에서 본 것처럼 흰색이 아니라 ‘옥색’이었습니다. 찬란한 빛깔과 달리 물 아래엔 커다란 몸통이 있어 부딪치면 배가 침몰할 수 있습니다. 빙하와 같이 북극도 ‘기회’(자원)와 ‘위기’(기후변화)라는 두 얼굴을 가졌습니다. 위기를 넘어 기회를 잡는 역사의 순간에 동참하기 위해선 다산 과학기지에 대한 한국인 모두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다산 과학기지 어떤 곳인가

· 노르웨이 스발바르군도 니알슨(북위 78도) 2002년 4월 개소
· 2층 건물(250㎡)을 프랑스와 공동 사용 연구실 및 숙소로 구성(수용인원 14명)
· 빙하 분석을 통한 기후변화 및 한반도 영향 측정
·북극의 해양과 육상 생태계 관측

◆북극의 잠재적 가치

① 자원 매장량
·세계 미개발 석유·가스의 25% 존재
· 원유 900억 배럴-한국이 100년 사용 가능(1년간 9억 배럴 수입)
·액화천연가스(LNG) 440억 배럴
· 자원 개발 본격화할 경우 해양시추업과 조선산업 성장 기대

② 신항로 개척
· 얼음 해빙으로 항로 개척 가능
· ‘부산~북극해~네덜란드 로테르담’ 신항로 개척 시 남쪽 코스보다 운항거리 32% 감소, 운항일수 10일 단축

③ 기후변화 연구 산실
· 니알슨은 세계기상기구(WMO)가 꼽은 청정 지역-대기의 오염 인자 및 변화 징후의 관측이 용이
· 북극해 찬 물과 남쪽의 따뜻한 물이 만나 해양 생태계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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