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 학술대회서 비아그라를 다루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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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에 대한 한국인의 수용 태도는 이중적이다. 발기가 안되는 많은 이들이 실제 효과를 보고 있는데도 그 유통과정은 사적으로,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비아그라가 한국의 남성성과 남성문화에 미친 영향'을 쓴 채수홍(42.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이 논문은 20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리는 한국문화인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학술대회 주제는 '변화하는 세계 속의 남성성과 남성문화'.

그는 1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아그라 복용 경험자와 배우자.의사 등 100여명에 대한 인터뷰와 관찰 조사를 거쳤다"며 "조사과정에서 만난 이들에게 발기부전의 경험은 파괴적일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발기부전 환자와 노인들에게 희망을 준 비아그라의 긍적적 측면을 인정하고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아그라가 남성의 성기 중심적 성 관념을 확대재생산했다''제약회사 등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성공 신화다'등의 비판에 대해 그는 "사태의 한 면만 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억눌렸던 성에 대한 권리가 회복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성적 의무감에 신경쓰는 남성들의 복잡한 심성을 정교하게 살펴봐야 한다. 발기부전을 경험한 부부간에 대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상당 부분 비아그라 덕택이다."

20일 학술대회에는 채 교수의 논문 외에 '한국 남성의 남성 성역할 특성'(박수애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연구원).'한국사회의 남성 만들기 과정'(정유성 서강대 교육학과 교수).'이슬람 문화권 남성 이주 노동자들의 성규범 변화'(임한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발표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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