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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 레이더'가 '아틀란티스'에 압승!

중앙일보

입력

이번 여름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 스튜디오 간의 신작 흥행대결이 펼쳐진 이번 주말, 초특급 화제의 비디오게임을 영화화한 파라마운트사의 〈툼 레이더(Tomb Raider)〉가 디즈니의 여름용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Atlantis: The Lost Empire)〉를 더블 스코어 이상의 흥행수입 차이로 압도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안젤리나 졸리가 게임속 액션여왕 라라 크로포트를 완벽하게 재현한 〈툼 레이더〉가 6월 15일부터 17일까지의 주말 3일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4,774만불인데 이는 〈슈퍼 마리오〉, 〈모탈 컴뱃〉,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최근의 〈던젼 드래곤〉까지 비디오 게임을 영화화했던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흥행기록이다(종전 기록은 〈포켓몬〉의 3,104만불). 또, 이 흥행수입은 역대 6월 개봉작중 〈오스틴 파워 2〉(5,492만불), 〈배트맨 포에버〉(5,278만불)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성적이고, 올 개봉작중에는 네 번째로 높은 성적이며, 여성 주연의 액션물중에는 〈미녀삼총사〉(4,013만불)을 앞지르고 역대 최고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물론 안젤리나 졸리의 출연작 중에서는 종전 최고치인 〈식스티 세컨즈〉(2,534만불)의 두 배 가까운 단연 최고의 개봉수입이며, 역대 파라마운트사의 제작영화중에서도 〈미션 임파서블 2〉(5,785만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기도 하다.

디즈니가 여름시즌용 애니메이션으로 내놓으면서도 노래와 춤, 귀여운 조연 캐릭터 등을 일제히 배제하고 성인취향의 액션 모험물로서의 완성도에만 치중해 화제가 되었던 〈아틀란티스〉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툼 레이더〉에 밀려 2,034만불의 수입으로 2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반면, 드디어 디즈니와의 애니메이션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드림웍스 사의 〈슈렉(Shrek)〉은 이번 주말에도 꾸준한 인기를 과시하며 1,318만불의 수입으로 3위에 올랐는데, 지금까지의 총수입 1억 9,753만불은 〈미이라 2〉를 앞지른 올해 개봉작중 최고성적이다. 드림웍스의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다가오는 화요일이나 수요일 쯤이면 무난히 2억불을 돌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난 주말 1위로 개봉했던 존 트라볼타 주연의 사이버 액션 스릴러물 〈스워드피쉬(Swordfish)〉는 이번 주말에는 1,273만불의 수입으로 지난 주말보다 세 계단이나 내려온 4위에 랭크되었고,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 스코어를 보여주고 있는 초대작 〈진주만〉이 986만불의 수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진주만〉이 개봉 24일간 벌어들인 수입은 1억 6,036만불인데 이는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으로 추정되는 2억 4천만불과 비교할 때 아직까지 턱도 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영화를 내놓은 디즈니의 배급대표 척 비앵은 "적어도 2억불에는 근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스트 버스터즈〉의 아이반 라이트만이 연출한 SF 코메디물 〈에볼루션(Evolution)〉은 개봉 2주째인 이번 주말 662만불의 수입으로 6위를 기록했고, 로브 슈나이더가 오랑우탄의 장기를 이식받고 살아난 경찰을 연기하는 〈애니멀(The Animal)〉이 580만불의 수입으로 7위에 랭크되었다.

이번 주말동안 흥행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2,846만불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주말(9,438만불)보다 무려 36%가 증가한 수입일 뿐 아니라 〈샤프트〉와 〈식스티 세컨즈〉가 각각 2,171만불과 1,490만불의 수입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9,800만불)과 비교할 때도 31%나 증가한 성적이다.

〈툼 레이더〉는 전세계적으로 1억명이 즐겼다는 동명 PC 게임의 여주인공 라라 크로포트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작품으로 〈처음 만나는 자유〉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안젤리나 졸리가 여전사 라라 역을 맡았다. 연출은 〈콘 에어〉의 사이먼 웨스트가 담당하였고, 졸리의 친부인 존 보이트가 극중에서도 라라의 부친으로 얼굴을 비친다.

영국의 게임 기업인 에이도스 픽사에 의해 96년 처음으로 PC 게임 〈툼 레이더〉가 소개된 이래 4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는 동안 무려 2100만개의 소프트웨어가 판매되었고, 여주인공 라라 크로포트는 타임지의 표지를 포함해 200여종에 이르는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인기를 끌며 최고의 사이버 스타로 떠올랐었다. 이 버츄얼 슈퍼스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파라마운트 측이 투입한 제작비는 총 1억불에 달한다.

비디오게임을 원작으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흥행에서 참패한 것을 지켜보면서도 이렇게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하는 모험을 선택한 파라마운트 측은 일단 〈툼 레이더〉가 '인디아나 존스' 풍 구성으로 맞대결을 펼친 디즈니의 〈아틀란티스〉에 압승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역대 자사 영화중 두 번째로 높은 개봉수입까지 기록하자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파라마운트 사의 영화 그룹 부대표인 로브 프리더먼은 이러한 성공의 공을 안젤리나 졸리에게 돌렸다. 영화를 위해 요가, 킥복싱, 기계체조 등 많은 육체적 훈련을 수행한 그녀에 대해 프리더먼은 "그녀는 라라 역에 정말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고 치켜세웠다. 안젤리나 졸리는 이미 두 차례 더 라라 역을 맡기로 파라마운트사와의 계약서에 사인한 상태이다.

파라마운트 측은 자체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툼 레이더〉를 관람한 전체 관객의 55%가 남성관객이었고, 25세 이상과 이하 관객이 각각 절반씩이었다며 그 만큼 다양한 관객층에 어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 개의 행성이 일렬로 서는 밤, 꿈속에서 모종의 계시를 받은 라라 크로포트는 20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크로프트 경이 고고학 탐사에서 가지고 온 상자에서 아직도 돌아가는 고대의 시계를 발견한다. 시계 안에서 발견한 기묘한 조각을 발견한 라라는 그 정체에 관해 수소문하는데, 시계를 쫓고 있던 비밀조직 '일루미너티'는 특수부대로 라라의 집에 침입, 시계를 훔쳐간다. 그 조각은 우주의 신비를 푸는 열쇠이자 지구 전체를 파견할 만한 힘을 지닌 신비로운 트라이앵글의 세 조각중 하나로서 나머지 조각들을 찾아낼 수 있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만일 행성직렬 현상(그랜드 크로스)이 발생하는 날 밤, 지구 정복을 꾀하는 일루미너티가 트라이앵글을 조합한다면 시간은 멈추고 죽은 자들이 살아나며 인류의 운명은 영원히 바뀌게 된다. 라라는 알루미너티의 야심을 막기 위해 그들 조직을 쫓아 비밀이 숨어있는 '춤추는 빛의 무덤'이 있는 캄보디아와 아이슬란드의 '사우선드 샤도우'로 향한다.

평론가들은 〈툼 레이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각본이나 연출력이 아니라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라라 크로포트 자체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였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에 대한 혹평을 숨겨두지는 않았다.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스크린에서 확대되는 얕고, 진부함이 가득찬 뒤죽박죽 극."이라 단정하였고, USA 투데이의 수잔 우슬로지냐 역시 "스토리가 여주인공만큼 탄력이 있었더라면..."이라고 불만을 표했으며, LA 타임즈의 케네스 튜란도 "진정한 스릴이 완전히 결핍되어 있다."고 공격했다. 또, 뉴욕 타임즈의 엘비스 미첼은 "재미라 해야 고작 다른 이가 비디오게임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정도."라고 평했고,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영화의 타이틀을 인용해 "일찍 매장(entombment)되었어야 마땅할 지겨움 그 자체."라고 정의내렸으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스티븐 레이는 영화속의 대사 '우리에게서 시간을 훔쳐갔다!'를 빗대어 "그렇다. 정확히 말해서 1시간 44분(영화의 런닝타임)."이라고 빈정대었다.

반면,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준 몇 안되는 평론가들로서 워싱턴 포스트의 디슨 호우는 "비슷하게 예산이 든 영화들 중에서 이 영화는 잘 된 작품으로 관람할 만 하며, 때로는 우아하기조차 하다."고 평했고,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터무니없지만 보고있노라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심술꾸러기들'만이 이 영화의 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고 치켜세우기도 하였다. 물론 에버트의 기준대로라면 전술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심술꾸러기들'로 판정나겠지만, 그들 조차도 안젤리나 졸리가 라라 크로포트에 적역이었다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죠 모겐스턴은 "졸리는 생기있는 인기 게임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감탄했고,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졸리는 정말 피스톨같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주말 2위로 선보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Atlantis: The Lost Empire)〉는 종전의 여름용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이다.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노틀담의 곱추〉를 만들었던 돈 한, 커크 와이즈, 게리 트라우스데일 삼총사는 이번에는 디즈니의 전용 무기였던 노래와 춤, 코믹한 조연 캐릭터 등을 모두 버리고 과감히 액션 모험물의 공식을 충분히 따라나갔다. 총 362개의 디지털 효과장면으로 재현된 스펙터클한 모험씬과 만화가 마이크 미그놀라의 복고풍 그림체, 그리고 제임스 뉴턴 하워드가 작곡한 성인풍 주제곡들(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Where the Dream Takes You`를 제외하고는 가사가 없는)은 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측면에서 지원하였다.

하지만 흥행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디즈니 측은 아쉬움이 가득한 반응을 나타내었는데, 디즈니의 배급대표 척 비앵은 "하지만 조만간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세 번 극장을 찾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전망은 낙관적이다."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나타내었다.

때는 1914년. 박물관의 지도 제작자이자 언어학자인 마일로 제임스 사치(목소리: 마이클 J. 폭스)는 같이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아틀란티스가 실재했으며 자신이 그 위치를 찾는 방법을 안다고 주장해 비웃음을 산다. 그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사디어스 사치가 들려준 신비의 고대문서 '목동의 일지(Shepherd's Journal)'가 잃어버린 제국 아틀란티스를 찾는 열쇠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미치광이로 몰려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해고당한다. 그후 난데없이 괴짜 억만장자인 프레스톤 B 휘트모어로부터 초청을 받은 사치는 휘트모어가 지닌 '목동의 일지'를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그의 모험은 시작된다. 휘트모어의 재정지원아래 마일로를 포함한 지질학자, 폭파전문가, 기계전문가, 의학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아틀란티스 탐사 모험대가 조직되고 잠수함 '율리시즈'호를 탄 모험대는 수중탐사를 시작한다. 전설속의 수중괴물 '리바이어선'의 습격을 이겨낸 일행은 마침내 현존하는 신비의 제국 아틀란티스를 발견하고 공주인 키다와 우호적인 관계를 수립한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잠수함의 선장 루크가 마일로를 배신하고 다른 일행들과 함께 공주를 납치하고 제국의 에너지원인 '크리스탈'을 훔쳐 가면서 마일로와 루크 사이에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었다. 먼저 호평을 실은 평론가들로서 시카고 트리뷴의 마크 까로는 "잘 만든 대사와 생생한 이미지로 구성된 영화로서 자신이 가진 것보다 과장하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대중문화 인용에 기대지 않는다."고 우수판정을 내렸고, 할리우드 리포터의 커크 허니컷은 "〈인디아나 존스〉와 '쥴 베르너(해저 2만리 작가)'의 전통을 잇는 즐겁고 빠른 속도의 오락물."이라고 평했다. 또, LA 타임즈의 케네스 튜란은 "이 영화가 가진 결점이란 주인공들이 정확히 누구인가를 파악할만한 여유를 제공하지 않을 정도로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것 뿐이다."며 "활발한 액션."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반면, 뉴욕 데일리 뉴스의 제이미 버나드는 "요란한 실망감을 안겨준다."며 경쟁작인 드림웍스의 〈슈렉(Shrek)〉보다 못한 작품으로 결론내렸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오웬 글라이버맨 역시 "기교만 있고 꿈은 없는 대표적 케이스."로 칭했으며, USA 투데이의 수잔 우슬로지냐는 "토요일 아침 방송되는 만화들에 스테로이드를 주입해 부풀린 듯한 영화."라고 "슬프게도 자신의 심장을 잃어버렸다."고 공격하였다.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영화가 너무나 지겨워, 관객들은 한 순간 등장인물들이 '언더 더 시(Under the Sea, 인어공주의 주제곡)'를 부르는 코러스로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고 지루함을 호소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올 깐느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던 니콜 키드만,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물랑 루즈(Moulin Rouge)〉가 503만불의 수입으로 8위에 랭크되었고, 마틴 로렌스와 대니 드비토의 흑백콤비가 주연한 코미디물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What's The Worst That Could Happen?)〉가 301만불의 수입으로 9위, 이번 주말 국내 상영에 돌입한 〈미이라 2〉가 270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다음 주말이면 〈미이라 2〉는 10위권 밖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많지만 이와 상관없이 종국에 가서 2억불 돌파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총수입은 1억 9,348만불.

다음 주말에는 에디 머피가 주연한 〈닥터 두리틀 2(Dr. Dolittle)〉와 한국배우 릭 윤이 공연한 스릴러물 〈패스트 앤 퓨리어스(The Fast and the Furious)〉가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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