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조선의 바다 기술한 일본 책 “울릉도 동남쪽에 무인도” 독도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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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울릉도로부터 동남쪽으로 약 30리, 우리 오키국(隱岐國:독도와 시마네현 사이의 섬) 서북으로 같은 거리에 떨어진 바다에 무인도가 한 곳 있다. 하늘이 맑을 때 울릉도의 산봉우리 높은 곳으로부터 그것을 볼 수 있다.”

 1903년 일본의 수산업전문가 구즈우 슈스케(葛生修亮)의 『한해통어지침(韓海通漁指針)』에 나오는 독도에 대한 설명이다. 책은 당시 일본의 대표적 우익단체 ‘흑룡회(黑龍會)’에서 출간했다.

 한국의 바다에 나가 어업을 할 때 알아야 할 정보를 모아놓은 490쪽 분량의 메뉴얼이다. 조선의 바다를 설명하는 책에서 울릉도 다음으로 독도를 제시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포인트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기 시작한 1905년 이전에 일본의 독도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영학(한국외대·사학·사진)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 ‘19세기 후반 일본 어민의 동해 밀어와 조선인의 대응’을 25~26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리는 제6회 세계한국학대회에서 발표한다.

 그에 따르면, 1884∼1910년 사이 한국의 연해를 조사한 일본측 보고서가 70종 가량 나오는데, 『한해통어지침』이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이 교수는 “『한해통어지침』이란 책의 존재는 그간 국내 학계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국내에 수산업 연구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분석해내지는 못했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독도를 일본어 가타가나로 ‘양고도(ヤンコ島)’라고 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한인과 우리 어부(일본인)는 그것을 ‘양고도’라고 부르며(…) 연안의 굴곡이 극히 많아 어선을 정박하고 풍랑을 피하는데 적당하다”고 기록했다.

 이 교수는 “서양에서 제작된 세계지도에 독도를 ‘리양고도’(Liancourt Rocks·독도의 프랑스어 명칭)라고 한 발음을 옮겨놓은 것”이라며 “이 책의 첫 페이지에 추천사를 쓴 사람이 당시 일본 농상무성 수산국장이던 마키 보쿠신(牧朴眞)이란 점을 놓고 볼 때 일본 정부 역시 울릉도와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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