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캠프 “경제정책 홍종호가 주도 … 이헌재는 자문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헌재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의 경제멘토 이헌재(68) 전 경제부총리의 위상이 묘하게 바뀌었다. 처음엔 위기관리의 경험자로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할 듯했으나 ‘모피아 올드보이의 재활용’ 논란이 일자 멘토에서 자문역으로 밀려난 모양새가 됐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영문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경제관료 출신들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대신 홍종호(49)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급부상했다. 안 후보의 유민영 대변인은 23일 “이 전 부총리는 도와주겠다는 뜻을 가진 분, 경험을 가진 분으로서 자문하는 역할이고, 경제정책의 주도적 제언은 홍종호 교수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날 카페 창비에서 열린 ‘내일 포럼’에 처음 참석했다. 캠프 관계자는 “오늘 포럼의 좌장으로, 향후 경제 분야와 관련된 포럼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캠프는 홍 교수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면,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의 이원재(40) 정책기획팀장이 취합해 다듬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캠프에선 환경 전문가와 신문기자 출신이 경제정책을 총괄한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세계은행 컨설턴트, 일본 교토대 경제연구소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한양대를 거쳐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에 반대해 왔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 전 경제부총리의 캠프 참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현재의) 실패를 가져온 과거의 정책을 깨끗이 정리해야 하는데, 이런 정책의 주 설계자인 이 전 부총리가 정계에 다시 등장해 굉장히 걱정스럽다”며 “이 전 부총리의 정계 진출을 누가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은 안 후보가 자신의 약점으로 꼽히는 국정경험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이 전 부총리를 끌어들이면서 빚어졌다. ‘뉴 페이스’ 안철수 뒤에 ‘올드 보이’ 이헌재가 서자 이미지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명지대 신율(정치학) 교수는 “안 후보가 이헌재를 데려가려 한 데엔 ‘불안하다’는 시선을 희석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안정감과 중량감은 결국 보수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