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수 “세근이 형, 친하지만 지기 싫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최진수(左), 오세근(右)

“지난해엔 (오)세근 형이 정말 부러웠어요.”

 승부욕이 강한 최진수(23·오리온스)가 말했다. 올해는 자신이 한 발짝 앞서겠다는 마음가짐도 드러냈다.

 최진수는 지난 시즌 오세근(25·KGC)과 프로농구 신인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특히 KGC와 맞대결을 할 때는 불꽃이 튀었다. 오세근을 앞에 두고 덩크슛을 꽂아 넣거나 블록슛을 성공시키면 평소보다 더 격하게 세리머니를 했다. 이에 질세라 오세근도 최진수만 만나면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시즌을 마친 뒤 둘의 명암은 엇갈렸다. 오세근은 챔피언결정전 MVP와 신인상을 양손에 쥐었다. 최진수는 우승 트로피나 개인 타이틀 없이 빈손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최진수는 속으로 칼을 갈았다. 19일 고양 오리온스의 전지훈련지인 중국 랴오닝성 랴오양에서 만난 최진수는 “세근 형과 친하지만 코트에서는 절대로 지기 싫다”고 말했다.

 최진수는 “평생 라이벌 없이 운동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라이벌 구도 때문에 좀 더 집중하게 되고 자극된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진수는 한국에는 드문 스타일이다. 장신(2m2㎝)이면서도 빠르고 외곽슛이 좋다. 가드부터 포워드까지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다. 반면 파워포워드를 맡기엔 상대적으로 빈약한 체격과 좁은 시야가 단점이다.

 좁은 시야는 추일승(49) 오리온스 감독과 전태풍(32)·김동욱(31) 등 형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배우며 깨치는 중이다. 특히 올 시즌 오리온스로 이적한 전태풍과는 벌써 찰떡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시즌 확실한 포인트가드 부재로 고생한 그는 “태풍 형이 잘해 주고 있다. 나와 잘 맞다”고 반겼다. 전태풍 역시 “세근이는 느리고 진수는 빠르다. 더 성장할 것이다”고 칭찬했다.

 팀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추일승 감독은 최진수를 올해 오리온스의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추 감독은 “장신이면서도 외곽슛을 갖췄다. 골밑에서 활약해 준다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며 제자의 선전을 기원했다.

랴오양(중국)=오명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