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승만·박정희 참배한 안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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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가 첫 행보로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모두 참배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찾았던 것과 비교된다.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로서 정치적 노선과 논란을 떠나 모든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풍토의 고질병으로 꼽혀온 것이 극한적 대립과 갈등, 그리고 분열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타협하는 성숙한 문화가 자라지 못해 왔다. 그 전형적인 사례가 이미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을 두고서도 편을 가르는 속 좁은 행태다.

 전직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를 떠나 이미 우리의 역사다. 개별적으로 역사적 공(功)과 과(過)는 다 있다.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 박정희는 산업화 대통령, 김대중은 민주화 대통령으로 우리 역사에 각각 기여했다. 사람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공적과 허물은 모두 부인할 수 없는, 그리고 늘 반추해야 할 우리 자신의 과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의 인식은 바람직하다. 그는 ‘역사를 배우려는 마음’에서 현충원을 찾았고,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의 자세는 안 후보가 출마선언 당시 약속했던 ‘통합의 정치’ ‘덧셈의 정치’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

 늦었지만 문재인 후보도 이런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박근혜 후보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봉하마을까지 찾았다. 그런데 문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참배하지 않은 이유로 “가해자 측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를 정치공세에 이용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문 후보가 보여주었던 차분하고 합리적인 언행과도 맞지 않는다.

 안 후보의 대선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도 많은 유권자가 안 후보를 잘 모르며, 그래서 궁금해하면서 동시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현충원 참배와 같이 통합의 모습을 지켜가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국민 앞에 내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