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통화 ‘유동성 쓰나미’ 한국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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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은행이 19일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섬에 따라 한국은 세계 주요 3대 통화(달러·유로·엔)의 유동성 쓰나미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은행이 이날 국채 매입 규모를 80조 엔(약 1200조원)으로 확대한 조치는 본질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겨냥한다. 하지만 당장은 미국과 유로존의 무제한 돈 풀기에 맞서 엔고(高)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융정책회의를 통해 3차 양적 완화(QE3)를 결정한 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달러가 무제한 공급되는 미국발 유동성 쓰나미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연준은 주택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채권(MBS)을 무제한 사들인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달러를 무제한 찍어내겠다는 의미다. 엔화는 곧바로 급등하기 시작해 최근 달러당 77엔까지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서 넘치는 달러를 들고 해외로 나가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엔고가 가파르게 진행되자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은 시장 개입(엔화 매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에 따라 한국·중국·브라질 등 신흥국에는 엔화 자금이 몰려드는 ‘엔 캐리트레이드’의 부활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으로선 저금리·유동성 쓰나미 대비가 시급해졌다. 주요 3대 통화가 사실상 무제한 풀리게 되면서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단기 투기자금)가 급격히 밀려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자금이 몰려들면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르겠지만 자본시장이 과열되고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진행돼 결과적으로는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통화정책은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데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었으나 기준금리를 3%로 동결했다. 브라질은 헤알화 절상을 막기 위해 지난해 이후 기준금리를 5%포인트나 인하하고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자본통제책을 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해외 요인에 의해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통화 간 ‘화폐 전쟁’에 대한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을 반대했던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Faust) 내용을 인용해 “ECB 조치는 악마의 작품”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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