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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뉴스 인 뉴스 <211> 유엔 산하기구 진출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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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원진 기자

일본이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의 일환으로 ICJ(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거론하면서 유엔 기구를 둘러 싼 각국의 역량·영향력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엔 내에서 회원국은 ‘1국가 1표’를 행사하지만 실질적인 힘은 경제·군사력, 유엔 분담금 규모, 각 기구에 진출한 인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정부가 젊은이들의 유엔 진출을 지원하는 배경 엔 이런 이유도 있다.

#지난 10일.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독도 문제를 유엔 기관인 ICJ에 단독 회부하자는 공약을 내놓았다. 1954년부터 집요하게 해 온 주장이다. ICJ는 유엔의 6대 기관 중 하나다. 일본은 61년부터 지금까지 ICJ에 3명의 재판관을 배출했고, 그중 오와다 히사시, 오다 시게루는 각각 재판소장과 부소장까지 지냈다. 우리 정부는 54년 이후 일본의 ICJ 회부 주장에 대해 ‘사법의 탈을 쓴 억지 주장’이라고 무시하고 있다.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만의 하나 소송으로 갈 경우 한국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일본의 독도 도발 때문인지, 국제기구의 전문직에 우리 인력이 진출해 다자 무대에서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마침 한국은 이번에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8일부터 시작된 유엔 총회에서 한국이 193개 회원국 중 129개국(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 이사국에 진출한다 해도, 독도·위안부·북핵 등 현안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면 유엔 구석구석에 포진한 전문가 그룹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엔 기구에 진출한 인력자원이 국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55개 기구에 44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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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21년이 지난 올 현재(8월 기준) 유엔에 진출한 한국인 전문직원 숫자다. 유엔 가입 20주년인 지난해에 고위직 진출이 두드러졌다. 6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재선된 것을 비롯, 고위직 임명이 줄을 이었다. 박종균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발전국장, 김광조 유네스코 아태지역 사무소장, 구호활동가인 한비야 중앙긴급대응기금(CERF) 자문위원, 김성진 국제해사기구(IMO) 예산부국장 등이다. 국제사회의 인도 지원 활동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과 노력을 유엔 측이 높이 평가한 결과다. 선출직 성적도 좋은 편이다. 박선기 변호사가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 재판관으로 뽑혀 국제형사 분야에서 역할 강화에 기여하게 됐다.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등이 이미 진출해 있다.

 ●조직과 직원 위상

유엔 조직은 크게 총회(General Assembly),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 사무국(Secretariat),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신탁통치이사회(Trusteeship Council) 등 6개 기관으로 나뉜다. 유엔의 각종 기구에 따른 모든 직업과 인재상은 ‘www.unjoblist.org’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외교부도 지난해 3월 ‘국제기구 인사센터(www.UNrecruit.go.kr)’를 개소했다. 국제기구에 진출하려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유엔 직원은 ‘유엔 헌장’ 100조에 따라 소속 기관 외 다른 어떤 당국으로부터도 지시를 구하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진다. 유엔 직원의 종류는 일반직(G급)과 전문직(P급), 그리고 고위직(D급)으로 분류된다. G급은 시험을 통해 P급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P급엔 지원 분야의 석사 이상 학력이 요구된다. 초급 전문가 P-2(2년 이상 근무), P-3(5년 이상), 중급 전문가 P-4(7년 이상), P-5(10년 이상), 고위직 D-1/P-6(15년 이상), D-2/P-7(15년 이상) 등으로 나뉘며 그 위로는 사무차장보·사무차장·사무부총장·사무총장 순으로 높아진다. P급은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국가의 공무원 급여에 상당하는 임금을 받는다. P1-P3가 3만7000~8만 달러, D1-D2 급은 9만5000~12만3000달러다. 연중 30일의 휴가 사용이 가능하고, 2년에 한 번 배우자·자녀와 동행한 본국 방문이 가능하다.

 ●진출 코스는 다섯 가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첫째는 공석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경우다. 국제기구 채용 홈페이지에 게재되거나 회원국 정부 및 관련 기관에 충원 공지 내용이 배포된다. 국제기구 인사센터 홈페이지에 인력풀 등록을 하면 정부 차원의 추천도 가능하다. 각국의 정치외교력이 많이 좌우한다.

 둘째는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Junior Professional Officer) 코스다. 우리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유엔 등 국제기구에 1~2년간 수습 직원으로 파견, 근무토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수습기간이 지난 뒤 정규 직원으로 진출하도록 돕는다. 96년 이래 2011년 말까지 88명의 JPO를 선발해 유엔환경계획(UNEP), 유니세프(UNICEF) 등에 파견했다. 지난해 말 파견기간이 만료된 JPO 63명 중 51명이 국제기구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96년 5명을 파견했지만 지난해 15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국내외 대학 학사 학위 소지자로 만 30세 미만, TEPS 900점 이상을 받아야 지원 가능하다.

 다음은 유엔사무국 국별경쟁시험(YPP, Young Professionals Programme)이다. 유엔에서 근무하는 정식 직원수가 재정분담금 규모 등에 비해 적절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의 국민을 채용하기 위한 시험이다. 원래 ‘유엔 국별경쟁시험(NCRE)’이었으나 지난해 ‘유엔사무국 국별경쟁시험(YPP)’으로 바뀌었다. 92년부터 NCRE에 합격한 63명 중 44명이 임용됐다. 만 32세 이하 학사 학위 소지자면 응시 가능하다. 올해 시험은 12월 5일이며 건축, 경제, 정보기술, 정무, 라디오 방송 제작, 사회 문제 등 6개 분야의 문이 열려 있다. 홈페이지(http://careers.un.org) 참조.

 넷째는 인턴십이다. 전문 분야 경력이 부족한 대학(원)생들에게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위해 제공하는 무급 풀타임 인턴십 제도다. 외교부는 중남미 지역, 여성가족부는 국제전문교육, 환경부는 국제 환경 규제, 문화관광부는 선진 관광 등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매년 10여명에게 체재비와 항공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유엔봉사단(UNV: UN Volunteers)이 있다. 다양한 유엔 기구에서 체재비를 지원받으며 개발 및 인도 분야의 전문적인 봉사를 한다. UNV 홈페이지 인력풀에 프로필을 등록하면 된다.

 ●고위직에 진출하려면

유엔기구 종사자들은 “유엔은 세계정부라 모든 분야에 관련 기구가 하나씩은 있어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시각을 세계로 넓혀가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현숙 유엔 ESCAP 아·태정보통신기술센터(APCICT) 원장은 “높은 수준의 정보통신 역량을 빈곤국에 전파하는 프로그램 등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공계 출신 지원자들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문을 두드려 볼 것을 권했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사찰국의 김습(51) 사찰팀장은 “국제 기구 인력 충원은 경력직과 인턴으로 나눠진다”며 “마음에 인(仁)자를 새긴다는 마음으로 평화를 위해 도전하라”고 말했다. 한국 여성으론 최고위직(유엔 사무차장보급)에 오른 강경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는 “인권 분야는 NGO(비정부기구)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전 세계의 현장을 누비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면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UNESCO)의 이소해 담당관은 “국제기구 하면 우아한 생활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오지에서 일해야 할 때가 많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개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데는 영어가 필수지만 제2외국어의 중요성도 늘고 있다. 한충희 외교부 문화외교국장은 “국제기구에서 프랑스어가 영어의 해석을 상호 보완해 주는 경우가 많아 공식 문서에서 프랑스어의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 때문에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근무를 희망하는 외교관들도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어 외에도 스페인어·중국어·러시아어·아랍어에 능통하면 유리하다. 백지아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은 “대학 시절부터 해외 봉사활동이나 국제교류 캠프, 인터십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국제감각을 키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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