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봉사왕 둔갑시킨 교사 추천서 혁파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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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성균관대가 지적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가담한 사실을 숨긴 채 ‘봉사왕’이라는 내용의 교사추천서를 제출해 합격한 1학년생에게 입학 취소를 통보했다. 아울러 학생의 성범죄 가해 전력을 알면서도 추천서를 써 준 담임교사 등에게도 중징계 처분을 내려달라고 학교 재단에 요구했다. 교사나 학생 모두 우리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불이익이나 징계는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추천서야말로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종이 쪽지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게 했다.

 외국만 하더라도 추천서는 상호 신뢰가 담겨 있는 문서다. 교사가 제자를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기술한다. 문제 있는 학생이라고 판단되면 추천서를 써달라고 요구해도 거절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인성이 뛰어나다’ ‘솔선수범한다’는 식으로 과포장된 추천서 일색이다. 심지어 학생이 써오면 사인만 해주는 교사들도 있다. 어떻게 학교가 제출하는 추천서를 학생 편으로 대학에 제출하게 할 수 있는가. 추천서를 허위로 써주는 행위는 제자를 아끼는 게 아니라 결국엔 그의 인생을 망치는 짓임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타락한 추천서 문화를 혁파하기 위해 무엇보다 교사들이 나서야 한다. 성균관대의 사례를 들어 추천서를 소신껏 쓰지 못하게 하는 관행이나 외부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교사의 권위도 바로 설 수 있다. 대학들도 추천서나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입학사정관전형을 진행할 때 제출하는 서류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서류만 보지 말고 면접을 통해 제출 서류의 진위를 가릴 필요가 있다. 특히 경기도 등의 일부 고교가 교육감의 지시를 받고 학교폭력에 연루돼 학내에서 징계를 받은 기록까지 삭제했다는 점에서 대학은 이들 고교의 명단을 공유하고, 서류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대학을 속이고 입학한 학생과 추천서를 허위로 써준 교사는 두고두고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신뢰를 좀먹는 이들의 행위에 대해 좀 더 강력하게 대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