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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림바의 여왕' 아베 게이코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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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세고비아가 없었다면 독주악기로서 기타의 위상이 오늘만 했을까?

이는 플루트(장 피에르 랑팔) 나 첼로(파블로 카잘스) .오보에(하인츠 홀리거) .트럼펫(모리스 앙드레) , 더블베이스(게리 카) 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품어봄직한 의문이다.

피아노.바이올린 등 유명 악기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이들 악기는 바로 이들 거장들 덕분에 독주 무대에 우뚝 서게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여류 마림바이스트 아베 게이코(64.도호음대 교수) 는 마림바를 오케스트라의 구석에서 무대 중앙으로 끌어낸 주인공.

'마림바의 여왕' 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그가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지휘 마르크 에름레르) 의 정기연주회에서 자작곡 '오케스트라와 마림바를 위한 프리즘 랩소디' (1996년) 를 협연한다.

99년 한.일 타악기 페스티벌에 이어 두번째 내한 무대다. '프리즘 랩소디' 는 마림바 독주를 위해 작곡한 것을 협주곡 형태로 개작한 것.

이번 공연에서는 마림바 협주곡 외에도 차이코프스키의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과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5번' 을 들려준다. 02-399-1630.

마림바가 일본에 처음 상륙한 것은 1947년. 당시 꿈많은 열 두 살 소녀였던 아베는 피아노와 작곡.실로폰을 배우고 있었다. (당시 일본 초등학교 음악시간에는 풍금과 함께 실로폰이 사용됐다. 메이지 明治)시대에 일본 열도를 통틀어 그랜드 피아노를 소유한 사람은 서너 명 밖에 없었는데 아베의 조부가 그 중 한 명이었다. )

아베는 미국 선교사들이 찬송가를 마림바 합주로 편곡해 연주하는 것을 듣고 '천상의 소리' 가 빚어내는 따뜻하고 풍부한 음색에 흠뻑 빠졌다.

음대 졸업 후 마림바 그룹을 조직해 팝송을 연주했지만 대중음악의 한계를 절감하고 나서는 현대음악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62년 미요시 아키라에게 위촉한 마림바 2중주 '대화' 를 초연한 것이 그 신호탄이었다.

68년 현대음악으로만 꾸민 마림바 독주회를 처음 열었고 미키 미노루.다케미추 도루 등의 작곡가들에게 70여곡의 신작을 위촉하는 한편 '일본 동요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 자작곡 30여곡을 초연했다.

그가 작곡한 마림바 곡은 이블린 글레니 등 세계적인 타악기 주자들의 마림바 독주회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세계 굴지의 악기제조업체인 야마하 사는 63년 마림바를 처음 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악기 디자인을 위해 아베의 조언을 받고 있다.

아베는 음역에 따라 음색의 조절이 가능한 마림바를 고안해 내기도 했다. 그래서 '해변의 추억' '일요일 오후' '대나무 숲속의 바람' '나라(奈良) 의 가을' 등 일본의 자연풍광을 담은 그의 마림바 음악은 마치 살아있는 나무처럼 숨을 쉰다.

잘 마른 나무조각이 퉁겨내는 소리로 후텁지근한 습기를 몰아내면서.

□ 마림바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남미 대륙에 노예로 끌려가면서 가지고 간 마림바는 장미목 조각을 말렛(고무나 천으로 만든 구슬이 달린 스틱) 으로 때려 연주하는 악기. 5~6 옥타브까지 낼 수 있다. 마림바에서 울림통은 파이프오르간에서 파이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 악기로 포함된 것은 1950년대 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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