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왼종일’ 기다릴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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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하루 왼종일 네 생각만 나.” 연인들 사이에 오갈 법한 달콤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엔 잘못된 표현이 숨어 있다. ‘왼종일’은 ‘온종일’이 바른말이다.

 ‘하루 종일’을 나타낼 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왼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요즘은 장사가 안 돼 왼종일 손님을 기다리는 게 일이다” 등과 같이 ‘왼종일’이란 표현을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온종일’이 맞는 말이다.

 ‘온종일’은 ‘전부의, 모두의’란 뜻을 지닌 관형사 ‘온’과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시간’을 나타내는 명사 ‘종일’이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온’은 관형사이므로 ‘온 세상’ ‘온 집안’ ‘온 국민’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그러나 ‘온종일’ ‘온몸’ 등은 오랜 시간 사람들이 하나의 단어처럼 써 왔기 때문에 각각의 단어가 아닌 하나의 단어(합성어)로 인정돼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쓴다.

 ‘온종일’을 ‘왼종일’이라 부르는 것은 ‘온종일’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온’을 ‘왼’으로 발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온’보다 ‘왼’이 더 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새타령’의 노랫말 가운데 “새가 날아든다, 왼갖 잡새가 날아든다”는 부분의 ‘왼갖’ 역시 ‘온갖’을 강조하기 위해 ‘온’을 ‘왼’으로 세게 발음함으로써 나타나는 잘못된 표현이다.

 인터넷에는 “웬종일 동생을 찾아 헤맸어요” “웬종일 비가 내려 우울하네요” 등과 같이 ‘온종일’을 ‘웬종일’로 쓴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웬’은 “웬 까닭인지 모르겠다” “웬 태풍이 이리도 자주 오느냐” 등처럼 ‘어찌 된, 어떠한’의 의미를 지닌 관형사다. ‘웬종일’은 ‘어찌 된 종일’ ‘어떠한 종일’로 풀이되므로 뜻이 통하지 않는다.

 ‘전부의, 모두의’를 나타내는 ‘온’은 의미를 강하게 하기 위해 ‘왼’ 또는 ‘웬’과 비슷하게 발음하기도 하지만 표기할 때는 반드시 ‘온’으로 적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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