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가 돌발 답변하면 … 면접관 94% “나도 면접이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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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자질을 꼽으라면 몇 가지가 있다. 그룹 문화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열정과 적극성, 성실함과 예절 바름 같은 것이다.

 신입사원뿐 아니라 면접관이 되기 위한 자질도 있다. 주요 그룹들은 대체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조직에 대한 이해 ▶로열티(충성도) ▶관찰력 ▶기록·정리 능력 ▶ 평가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은 조직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고, 그런 인재를 뽑기 위해 전력투구할 마음가짐(충성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지원자와 대화 내용을 빠짐없이 관찰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또 어떤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지 바로바로 가려내는 것 또한 면접관들의 덕목으로 꼽혔다. 여기에 지원자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다면, 그 이유를 제 3자가 충분히 납득하도록 설명할 수 있는 재주까지 필요했다. 롯데그룹 박송완(54) 인재개발원장은 “어떤 유형의 인재가 뛰어난 업무성과를 내고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뛰어난지는 각 그룹이 이미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틀에 맞춰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 면접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면접 내용이 까다로워지면서 면접관의 지적 능력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에는 단순한 질의응답식의 통상 면접 기법만으로는 피면접자의 개인차를 변별해 내기 힘들어진 만큼 행동관찰이 강화된 다양한 면접기법이 동원되고 있다”며 “면접 과정과 질문 자체가 어려워져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런 답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점수를 매길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한편 면접에 임하는 구직자 못지않게 면접관들도 면접과 관련한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면접관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직장인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전체 응답자 중 94.1%가 “나도 면접이 어렵다”고 했다. 이렇게 답한 이들 중 25.6%는 ‘면접 질문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이어 ‘첫 인상으로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20.6%), ‘지원자의 거짓말 여부를 판단하는 것’(14.7%) 등이 뒤를 이었다. ‘선입견에 현혹되지 않는 것’(13%)과 ‘면접장에서의 표정 관리’(3.4%)도 면접관에겐 힘든 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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