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中서 국적 물으면 한국이라 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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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성난 시민들이 일본계 쇼핑센터로 쳐들어가 온갖 집기들을 때려부수고 있다. 이날 중국에서는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일 시위가 열렸다. [칭다오 로이터=뉴시스]

일본 정부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댜오) 열도 국유화에 항의하는 중국의 반일 시위가 갈수록 극렬화되고 있다. 11일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선언으로 촉발된 반일 시위는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 등 중국 내 80여 개 도시로 확대됐다. 이번 시위는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이후 40년 만에 최대 규모로, 18일이 만주사변의 발단이 된 ‘유조구 사건(1931년 9월 18일)’ 기념일이어서 당분간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남부 광둥(廣東)성 광저우에서는 오후 1시쯤 일부 시위대가 일본 총영사관 안으로 난입해 1층 로비와 2층 식당 유리창을 깨부쉈다. 영사관 앞에 주차돼 있던 일본 차량 1대도 파손됐다.

 베이징의 일본 대사관 주변에 1만여 명의 시위대가 모이는 등 중국 전역에서 8만여 명이 반일 시위에 참가했다. 산둥(山東)성의 칭다오(靑島)에서는 파나소닉 그룹의 전자부품 공장 등 10개 일본 기업 공장에 시위대가 난입해 불을 지르고 생산라인을 파괴했다. 도요타자동차도 칭다오 판매 1호점이 방화 피해를 봤다. 칭다오의 일부 시위대는 유통업체인 ‘자스코 이오지마’를 습격해 엘리베이터를 파괴했다. 창고에 보관돼 있던 상품 24억 엔(약 340억원)어치 가운데 절반 정도가 약탈 또는 파손됐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광둥과 쑤저우(蘇州)에서는 일본계 음식점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 피해가 확산되자 중국 내 일본인 상인들은 상점의 일본어 간판을 내리고 중국 국기를 내걸기도 했으며, 중국인 종업원을 동원해 시위대를 설득하기도 했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는 15일 일본계 편의점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폐점시간을 앞당겼고, 16일은 휴업에 들어갔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중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는 대사관이나 영사관 주변에 접근하지 말 것 ▶혼자서 야간에 외출하지 말 것 ▶일본어 대화를 가능한 피할 것을 지시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국적을 묻는 중국인들한테 한국인이라고 대답해 위기를 모면한 일본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에선 우익단체의 반한·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70여 명의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은 15일 신주쿠의 신오쿠보 일대에서 욱일승천기와 ‘중국을 죽여라’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실린 피켓을 앞세워 가두행진을 벌였다. 일본 언론들은 우익단체의 반한·반중 시위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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