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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 왜 더욱 중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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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사공일
본사고문·전 재무부 장관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 새 대통령 선거일이 90여일 밖에 남지않았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매일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특별한 의미를 차분히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정치권은 종합적으로 정리된 정강정책 마련보다 인기영합적 정치흥행에만 급급하여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항상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5년간 다루어야할 주요국정과제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발전사적 관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성장과 복지의 균형 있는 경제·사회체제 구축으로 사회통합을 이루어야하는 어려운 국정과제가 있다. 소득분배의 악화와 양극화는 한마디로 세계화의 가속화와 지식사회의 심화에 수반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체제적 문제이다.

따라서 저소득층과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그리고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지원 등 당장 필요한 대책과 함께 좀 더 중장기적 안목의 일자리 친화적 성장정책과 교육개혁 등 원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물론 교육개혁은 그 자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할 국정과제임은 재론의 여지조차 없다. 지금 세계는 지식사회의 심화가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는 와중에 있다. 자연자원과 자본보다 사람과 지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은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혁신(innovation)과 생산성(productivity)으로 연결시키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기존 교육제도와 교육방법의 근본적 개혁과 함께 탄력적인 평생교육과 훈련·재훈련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필자가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 온 바와 같이 이번에는 반드시 교육개혁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둘 “교육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남북통일 준비는 또 하나의 주요국정과제이다. 앞으로 5년은 한반도 통일의 구체적 기틀을 마련해야할 중요한 시기로 봐야한다. 어떤 시나리오에 의한 통일이든 통일의 기회는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의 경우에서처럼 남북한 당사자 간의 합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 없이 한반도 통일이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평소 성숙된 외교를 통해 주변국들과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통일된 한국이 이 지역과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해야한다. 통일된 강한 독일을 두려워했던 이웃의 지도자들을 직접, 그리고 미국과 구소련을 통한 간접 외교로 설득해냈던 구서독 헬무트 콜 수상의 리더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그리고 평소에 국제사회 전반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호의(good will)를 꾸준히 쌓아야 한다.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는 등 이들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등 범지구촌적 문제해결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아직도 개도국 지위 유지를 고집하는 등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외교는 하루 속히 끝을 내야 한다. 지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이래 많은 개도국과 선진국들이 한국의 적극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는 고무적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계속 하락하고 있는 우리경제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것도 시급하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제도개선으로 유·무형 생산요소 투자촉진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미흡한 사회적 자본 축적 노력으로 우리경제 체제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시급하다. 물론 이러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강화된 정부 부처간 정책조정 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IMF 등 국제기구의 계량적 기준에 의한 분류상 “선진국”에 속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일인당소득뿐 아니라 국민생활의 질적 측면에서 오늘날의 일류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사회제도의 선진화와 함께 성장잠재력의 극대화로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제부터라도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이렇게 중차대한 국정과제를 효율적으로 다루어나갈 구체적 방안을 내놓고 전문가들의 검증과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국민 모두는 대한민국이 통일된 일류선진국으로 거듭나게할 국가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역사적 의의를 깊이 인식하고 이번 선거에 임해야한다.

사공일 본사고문·전 재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