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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먼 오브 나이트(2000)

중앙일보

입력

잘만 킹 감독이 보여주는 애욕(愛慾) 의 형상은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아주 뻔한 이야기도 그의 손을 거쳐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끈적거리는 감성이 살아났고, 속도감까지 느껴지는 화면에는 다른 애로물에선 볼 수 없던 세련미가 깃들어 있다.

제작을 맡은 '나인 하프 위크' (1986년) 나 직접 연출한 '투 문 정션' (88년) '와일드 오키드' (90년) 같은 작품들을 오래 기억에 담아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최신작 '우먼 오브 나이트' 는 한 여인이 펼치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극에 감독 특유의 에로틱한 감성과 몽환적 기법을 더한 영화다.

마피아 보스의 딸 샘(쇼니 프리 존스) 은 어머니와 오빠, 그리고 애인의 죽음이 아버지에 의한 짓임을 알게 되면서 그 충격으로 시력을 잃는다.

눈이 먼 샘은 아버지의 정부였던 메리(샐리 켈러만) 등의 도움으로 음란한 해적방송을 제작, 밤마다 아버지를 향해 전파를 쏜다. 킹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예전에 보여주었던 화려한 빛이나 속도감을 배제한 대신 관능과 서스펜스를 가미, 전작들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환갑에 이른 나이 탓일까. 고유한 감성이 살아있긴 하지만 새로운 것으로 발전하지 못해 진부하게 느껴지고 퍼즐 같이 꼬인 이야기는 극적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복잡할 뿐이다. 다만 배우 고르는 솜씨는 아직 녹슬지 않았는지 장님 연기를 펼치는 신인 쇼니 프리 존스는 매혹적인 목소리와 육감적인 몸매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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