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툭하면 부닥치는 ‘한 식구’ 국토부·코레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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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한별
사회부문 기자

“국토해양부가 KTX 요금 할인 관련 자료를 왜 냈는지 모르겠어요.”

 12일 코레일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날 코레일이 선보인 새 KTX 할인제도에 대해 국토부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돌린 데 대한 반응이었다. 코레일은 11일 기존에 판매하던 할인카드(할인율 7.5~30%)를 없애는 대신 승차율에 따라 KTX 요금을 15~50% 깎아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기존 KTX를 자주 이용해온 고객들의 요금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코레일과 재검토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할인카드가 없어지면 모든 승객이 할인 좌석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카드 이용자들이 혜택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코레일도 “일부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래도 국토부 지적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현행 철도사업법상 요금 할인은 사업자 소관이다. 코레일이 국토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사안이 아니 다. 국토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12일 배포한 자료에서도 “할인은 코레일의 영업 활동이며 법적으로 국토부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협의할 사안이 아닌데도 협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코레일 측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야 의무가 없다지만 국토부는 코레일의 감독 부처다.

 취재해보니 감정의 골이 깊었다. 국토부 측은 “경쟁체제였다면 코레일이 함부로 할인제도를 바꾸지 못했을 것 ”이라며 섭섭한 ‘갑(甲)’의 속내를 내비쳤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문제를 놓고 지난해 말부터 신경전을 벌여 왔다. KTX 할인 논란도 결국 그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코레일 측도 ‘편치 못한 을(乙)’이란 입장이다. “한 번 논의하면 계속해야 한다. 법적 의무도 없는데 솔직히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KTX 민간개방은 ‘철도 역사’를 뜯어고치는 프로젝트다. 이견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정부 부처, 코레일은 그 산하 공기업으로 둘 다 철도를 책임지고 있다. 국민은 정부가 산하 기관을 공개 비난하고, 산하기관이 이에 대놓고 맞서는 ‘이상한 장면’을 보고 있다. 철도 발전과 승객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어 놓은 채, 두 기관이 감정싸움만 한다면 철도 역사는 후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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