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평범’이 최선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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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4보(36~46)=귀나 변에서의 완착은 별 게 아니다. 중앙은 무섭다. 중앙에서의 행마는 살짝 빗나가도 후유증은 엄청나다.

 원성진 9단이 전보 ▲로 움직이면서 중앙의 ‘살얼음판’이 시작됐다. 36은 이 한 수고 37로 움직인 것도 당연하다. 이때 구리 9단이 둔 38이 원성진의 심기를 건드렸다. 38은 A의 약점을 드러낸 수. 권투로 치면 가드를 내린 수다.

 자존심 문제도 겹치며 그렇지 않아도 난해한 중앙 공방전에 첨예한 신경전이 덧붙여졌다.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원성진의 장고가 깊어지고 있다.

 사실은 고민할 것 없이 ‘참고도1’ 흑1로 뛰어나가는 게 가장 좋았다. 백은 B로 뛰기 힘들다. 흑C가 너무 환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 어찌 두어야 할까. 아마도 구리 9단의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다.

 하나 원성진은 39, 41로 별 도움 안 되는 수를 두다가 43으로 전향했다. A의 약점을 지키라고 강요하며 우변을 확정시킨 수다. 일견 괜찮아 보였지만 그 순간 구리의 44가 터져 나왔다. 날카로운 응수타진. ‘참고도2’ 흑1로 받으면 백2로 싸우겠다는 의사표시다. 더구나 백2는 흑D의 축 머리도 겸하고 있지 않은가.

 눈물을 머금고 45로 물러섰고 백은 46으로 넘었다. 이젠 A로 끊을 수 있는 것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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