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신청하고 70억 세금 안 낸 사장 계좌 캐보니 73회 걸쳐 수백억 세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재산이 없다며 파산신청하고 7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법인 대표이사 A씨. 정작 그는 부인 명의 60평형대 고급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미국·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다녔다. 국세청 추적 결과 그는 주식매각 대금 수백억원을 73회에 걸쳐 세탁해 ‘회사 임직원→임직원 배우자와 자녀→A씨 장모→A씨 부인’으로 넘겼다. 국세청은 A씨 부인에게 소송을 걸어 체납세금 중 8억원을 받아냈다.

 자금난을 이유로 60억원의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중견기업 회장 B씨. 회사 명의인 수십억원짜리 고급주택에 살면서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사업을 빙자해 해외에도 빈번하게 다녔다. 국세청은 B씨가 뉴욕에 갈 때마다 초호화 콘도미니엄에서 머문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국세청 직원이 현지로 직접 가서 등기부등본을 들이민 뒤에야 B씨는 콘도미니엄을 팔아 세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국세청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은 지난 2월 출범 이후 7월까지 1425명의 고액체납자로부터 8633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중 5103억원은 현금으로 징수했고, 나머지는 재산을 압류하거나 소송을 걸어 채권을 확보했다. 지능적인 체납자와 이를 도와준 친인척 62명은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배우자나 지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취득한 부동산을 등기 이전하지 않는 수법으로 재산을 숨겼다. 재산 추적이 쉽지 않은 해외에 부동산을 은닉해 두기도 했다. 지방 병원장 부인 C씨의 경우 세무조사 예고 통지를 받자마자 예금·보험 등을 모두 해약해 현금으로 숨겨뒀다가 걸리기도 했다. 김연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고의적인 재산은닉이 적발될 경우 소송을 통한 재산환수뿐 아니라 형사고발을 통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