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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온리 시대 끝났다 … 해외상품에 눈 돌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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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 금융투자업계,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주식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주식 거래량이 줄고 펀드도 안 팔린다. 인력을 줄이는 금융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갈피를 못 잡기는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금융사 최고경영자는 돌파구 찾기에 한창이다. 황성호(59·사진) 우리투자증권 대표도 그중 하나. 어떤 답을 찾았는지, 투자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최근 그에게 물었다. 황 사장은 “저금리와 저성장, 자산 디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사서 오르기를 기다리는 식의 투자는 어렵다”며 “투자자도 금융사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시장에 무슨 변화가 있는 건가.

 “여러 번의 위기를 거치며 금융환경이 달라졌다. 한국도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자산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산 뒤 오를 때까지 보유하는 ‘롱 온리’(Long-only) 상품으로는 수익을 못 낸다. 그러니 이런 상품을 중개·판매하던 기존 증권사의 비즈니스도 한계에 도달했다. 우울한 얘기지만 대비해야 한다. 얼마 전 일본에 다녀왔다. 다이와·노무라 증권 등의 관계자를 두루 만났다. 앞서 깊은 불황을 경험한 일본에서 투자는, 증권업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투자자는 어떻게 바뀌나.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오면 가급적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또 예금이자가 0.01%라 0.1%의 수익률에도 돈이 민감하게 움직인다. 한국 투자자도 이런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금 예금 금리가 3%대이므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아직도 높은 편이다.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금융자산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 규모는 2000조원밖에 안 된다. 해외 투자가 불가피하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어렵다는 얘기만 들린다.

 “과거 일본 증권사도 위탁매매 수수료에 수익의 절반을 의존했다. 하지만 1990년대 증시 장기침체 국면을 겪었고, 4대 대형 증권사 중 야마이치증권이 파산했다. 노무라, 다이와, 닛코 등 나머지 3개 회사는 불어난 개인의 금융자산을 바탕으로 자산관리형 모델로 바꿨다. 일본 증시가 침체하자 해외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월지급식 펀드가 성공을 거뒀다. 일본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연금형 생활자들의 필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월지급식 펀드 같은 것은 노후에 대비한 상품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또 노무라증권의 경우 리먼 아시아 부문을 인수해 아시아 시장을 넓히려 애쓰고 있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우리나라도 다양한 해외 상품을 갖춰 국내 고객기반을 확보하고, 이후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금융사의 상품도 바뀌어야 할 듯하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미래상품 발굴단’을 만들었다. 줄여서 미래상단이라고 부른다. 앞으로 먹고살 거리를 발굴하고,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조직이다. 기존의 것과는 다른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하는 연금과 월지급식 상품, 첨단 금융공학을 이용한 상품을 곧 내놓으려 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프라이빗 뱅킹도 변신할 것이다. 최근 신탁법 개정을 기회로 부동산이나 유언 같은 종합재산신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많은 이가 노후를 불안해하기만 하고 정작 준비는 못한다. 노후 대비 자산관리의 정석은 무엇인가.

 “노후 준비는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적어도 일단 적립을 시작하고, 시작하면 멈추지 말고 꾸준히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100세 시대에 대비하는 자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 소득 중 소비 비중을 통제해 투자를 실천하는지다. 지난해 서울시가 가계소비를 분석했는데 평균 소득의 70~80%를 쓴다고 한다. 좀 과하다고 본다. 소득의 일정 부분은 쪼개 100세 시대를 위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황성호 대표

씨티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30대에 다이너스클럽카드 한국법인장이 됐다. 이후 30여 년의 전체 경력 가운데 20년 이상을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그래서 ‘직업이 CEO’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그리스아테네은행 대표, 한화헝가리은행장,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 PCA투자신탁운용 사장 등을 거쳐 2009년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됐고 6월 연임됐다.

◆황성호 대표가 말하는 노후대비 자산 만들기

● 장기전이라는 각오로 임해라

● 금액이 클 필요 없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적립한다는 원칙을 세운다

● 자산 불리기의 출발은 결국 덜 쓰는 것이다, 지금의 소비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후용 자산을 만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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