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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계식 불고기 vs 언양식 불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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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울산시 울주군 두 곳에서 불고기 축제가 한 해씩 번갈아가며 열린다.

 두동면 봉계리 ‘봉계 한우 불고기 축제’와 언양읍 ‘언양 한우 불고기 축제’가 그것이다. 올해는 다음 달 12일부터 14일까지 언양 불고기 축제가 작천정 일대에서 열린다. 사흘간 열리는 축제에는 3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100여 마리의 한우를 소비한다.

 두 곳에서 불고기 축제가 번갈아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그전에는 두 곳이 고유의 불고기 요리법으로 손님을 끌어왔다. 관광객이 몰리자 울주군은 축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 해씩 번갈아 열기로 한 것이다.

 두 곳에서 번갈아 열리던 축제는 2009년 신종플루로 한 차례 취소되면서 순서가 꼬여버렸다. 결국 울주군은 2010년 한 해만 봄엔 봉계, 가을엔 언양에서 두 번 열었다. 지난해부터 다시 한 해씩 번갈아가며 열고 있다.

 거리가 16㎞쯤 떨어진 두 곳이 합치지 않고 나눠서 축제를 여는 이유는 서로 다른 요리법 때문이다.

 봉계식은 숯불에 고기를 놓고 왕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 소금구이다. 언양식은 양념에 재운 고기를 석쇠에 넣어 구워 먹는 양념구이다.

 봉계식과 언양식으로 나눠져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60년께부터다. 이 무렵 언양읍에 ‘부산’이라는 언양식 불고기 식당이 먼저 문을 열었다. 손님이 몰리면서 식당이 생겨나 지금은 언양읍 1㎞ 도로변에 30여 개의 언양식 불고기 식당이 성업 중이다. 최근엔 소금구이도 판다.

 1970년대 초 봉계식 불고기 식당인 ‘금성식육식당’이 등장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인들이 찾기 시작했다. 현재는 봉계식 불고기 식당 47곳이 봉계리 1㎞ 도로변에 들어섰다. 최근엔 양념구이도 메뉴판에 올려져 있다.

 두 곳 모두 지식경제부가 지정한 울주군의 ‘불고기 특구’에 포함됐다. 두 곳 모두 울주군에 있는 축산 농가 2300곳의 한우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요리법을 고집한다. 봉계식은 3~5년생 암소 120g 소금구이 1인분에 1만8000원, 언양은 양념구이로 2만원을 받는다.

 식당가에 세운 상징 조형물도 서로 다르다. 봉계는 동으로 만든 3.5m짜리 누워 있는 소다. 언양은 동으로 만든 1.6m짜리 송아지와 2.3m짜리 어미 소다. 같은 울주군에 있지만 번영회도 따로 운영하고 음식업협회에도 각기 다른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이종범(57) 언양불고기번영회 회장은 “울주의 대표 불고기는 언양식”이라고 했고, 한영도(67) 봉계불고기번영회 회장은 “봉계식이 울주의 토종식 불고기”라고 말했다. 두 곳의 경쟁은 끝이 없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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