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자살률 아시안 중 최고

미주중앙

입력

LA카운티 아시아계 가운데 한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ASP)가 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던 10일 LA정신건강국(DMH)이 개최한 자살예방 세미나에서 공개된 가주 보건국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인은 총 146명에 달했다. 이는 중국계(107명)나 일본계(50명)를 포함한 아시아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전체 인종 통계에서도 한인은 백인(2047명), 멕시코계(610명), 흑인(257명), 멕시코계를 제외한 라티노(162명)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자살자 수를 기록했다.

이번 통계에선 특히 한인 노년층의 자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60세 이상 한인 자살자 수가 45명으로 백인(658명)과 멕시코계(49명)에 이어 3번째로 많았던 것.

라이프케어상담센터의 박소영 목사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살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이 가운데엔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중년 이상 한인 남성이 많다. 중년 여성의 경우는 주로 부부관계로 인해 우울증을 호소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이어 "나이든 층은 물론 청소년 자살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상담 케이스 중에는 12세 소녀도 있었다. 보통 부모들은 어린 자녀가 자살을 고민한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특히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세를 보이는 청소년은 각별히 주의해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자살은 한인을 포함한 모든 인종의 고민거리이다. 통계에 따르면 LA카운티의 2005~2009년 전체 자살 건수는 총 3601건이었다. 하루에 2명 꼴로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DMH는 '자살예방 주간'이 시작된 10일 열린 세미나에서 로컬 정부 차원의 자살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네드라 바인라이 프로그램 매니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어 고립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MH는 한국어 통역을 지원하는 핫라인(800-854-7771) 서비스를 통해 자살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필요하면 전문기관을 연결해주며 응급상황일 경우, 긴급대응팀을 상담자에게 보내기도 한다. 이 밖에 LA거주 한인을 위한 자살예방교육과 라디오를 통한 자살예방 계몽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김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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