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된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취직 돕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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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찬인(40·사진)씨는 20여 년 전인 고교 3학년 때 갑자기 허리와 다리가 뻣뻣해져 걷기가 힘들었다. 고3 스트레스로 인한 근육통인가 싶었는데 병원에서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관절이 뼈처럼 굳어버려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는 희귀병인 ‘강직성 척추염’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평생 걷지 못하고 휠체어 신세를 질 수 있다는 얘기에 절망했지만 그래도 작은 희망을 가지고 치료와 재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인공 관절 시술을 받고 피땀어린 재활 훈련을 받았다. 다행히 하반신 마비에서 벗어나 걸을 수 있게 됐지만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자신과 비슷한 이들을 돕기 위해 장애인복지관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30세에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매년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사, 정보처리기사, 사회조사분석사, 타자·워드·사무자동화 등 10여 개 자격증을 땄다.

 이런 그가 40세에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결과는 성공이다. 행정안전부가 11일 발표한 중증장애인 공무원 경력채용에 합격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서울서부고용센터(행정 9급)에서 일할 예정이다. 박씨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활용해 장애인 취직을 지원하는 도우미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중증장애인 공무원 채용시험에는 278명이 지원해 10대 1의 경쟁을 뚫고 26명이 합격했다.

뇌병변 1급 장애지만 2002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 대통령상’을 받은 이종국(30)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춘천병원(행정 9급)에서, 오른손이 없는 지체장애 3급의 전권세(35)씨는 외교통상부에서 정보보안 전문 공무원(전산 7급)으로 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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