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자이너의 에너지·색깔, 뉴욕 패션가 깨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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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뉴욕 에이스호텔 내 매장에서 중앙일보·JTBC와 인터뷰하고 있는 캐롤 림(왼쪽)과 움베르토 레옹. [사진 JTBC]

“지금이 한국 패션브랜드를 뉴욕을 비롯한 국제무대에 알릴 최고의 시기다.”

 뉴욕의 신인 디자이너 등용문으로 꼽히는 편집매장 ‘오프닝 세리머니’ 공동설립자 움베르토 레옹(36)의 말이다.

중국계인 그는 버클리대 동창생 한국계 캐롤 림(37)과 2002년 오프닝 세리머니를 설립한 뒤 로스앤젤레스(LA)·런던·도쿄에 8개의 매장을 거느린 그룹으로 키워냈다. 수천 달러짜리 드레스와 5달러짜리 양말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매장이 뉴욕엔 없다는데 착안했다. 오프닝 세리머니는 2007년 뉴욕의 스타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을 무명시절 입점시켜 안목을 입증했다. 루이뷔통은 지난해 프랑스에 본사를 둔 브랜드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두 사람을 임명했다.

 ‘오프닝 세리머니’란 이름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매년 한 국가의 대표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미국 디자이너들과 경쟁시킨다는 취지. 홍콩을 시작으로 브라질·독일·영국·스웨덴·일본·프랑스·아르헨티나를 거쳐 올해는 한국을 초청국으로 택했다. 정구호·고태용·정고운 등 국내 스타 디자이너와 미국에서 활동 중인 강승현 등 23명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올 가을부터 1년 동안 세계 8개 오프닝 세리머니 매장에서 전시·판매된다. 뉴욕 에이스호텔의 매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 한국을 초청국으로 삼은 이유는.

 캐롤 림=“올해가 설립 10주년이다. 특별한 나라를 초청하고 싶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곳이다. 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다. 그런 에너지를 뉴욕에 전하고 싶었다.”

 움베르토 레옹=“뉴욕은 물론 세계적으로 K팝 열기가 뜨겁고 한류 드라마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는데 이보다 좋은 타이밍을 찾기 어렵다. 음악과 드라마는 패션과도 통한다.”

 - 이전에도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개별적으로 입점시킨 적이 있는데.

 레옹=“한마디로 폭발적이었다.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디자이너는 독창성이 돋보인다. 각기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다. 뉴욕 패션가는 신선한 자극에 목말라 있다.”

 림=“한국 디자이너들은 이미 국제적인 감각을 갖췄다. 뉴욕의 3대 패션스쿨에도 해마다 한국 학생이 늘고 있다. 이번에 입점시키는 한국 디자이너 가운데도 올해 파슨스 패션스쿨 졸업생 두 명이 포함됐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이미 명성을 얻은 디자이너도 많다. 아직 뉴욕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시장에도 이름을 알리게 될 것이다.”

 - 요즘 K팝과 한식, 한국 드라마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

 레옹=“지난해 한국을 가봤다. 한국인들은 열정적이더라. 강한 색깔이 있다. 문화에도 그런 게 투영돼 있는 것 같다.”

 림=“한국 하면 첨단기술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이미지가 한국 문화와 결합돼 좋은 인상을 준다.”

 -일본이나 중국 디자이너와 비교해 한국 디자이너의 특징은.

 레옹=“한·중·일 3국의 패션은 서로 색깔이 아주 다르다는 게 흥미롭다. 각기 독특한 개성이 있다. 아시아는 다 비슷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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