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법적 신용카드 발급, 서둘러 뿌리 뽑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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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온라인을 통한 신용카드 호객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니 대단히 걱정스럽다. 금융 당국과 카드사들이 서로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할 계제가 아니다. 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뇌관이 가계부채 문제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판에 신용카드가 남발되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 대출이 더 늘어나고, 이는 곧바로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온라인을 통한 카드 신청 자체가 불법이다.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려면 반드시 신용카드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해야 한다. 그것만이 합법적인 온라인 영업이다. 하지만 지금은 카드 모집인들이 e-메일을 통한 신용카드 신청을 받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불법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모집인들이 신청자에게 공식 신청 양식을 보내 주는 것도 아니다.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보내주면 카드 모집인들이 이를 받아 신청서에 대필하는 형식이다. 서명조차도 대리로 한다고 하니, 명백한 사문서 위조다. 더구나 모집인이 받는 수당을 일부 떼내 신청자들에게 사은품을 제공한다고 하니, 신청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연히 감독 당국이 나서야 하고, 카드사는 모집인 단속을 해야 할 사안이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서둘러 뿌리를 잘라야 할 일이다. 불법이 횡행하는데도 단속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다. 카드사 역시 이런 식으로 영업하다간 업계 전체가 불신을 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감독 당국이 나서기 전에 서둘러 내부 단속을 해야 한다.

 2003년의 신용카드 대란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것 역시 신용카드 남발에서 비롯됐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행해줬고, 길거리에 좌판을 깔아놓고 경품까지 주는 등 호객 행위도 기승을 부렸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신용불량자가 양산됐고, 가계부채도 급증했다. 카드사의 부실이 누적됐고, 급기야 카드사가 도산하면서 금융위기가 터졌다. 온라인을 통한 호객행위를 방치하면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재연되기 전에 감독 당국과 카드사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