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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 이해찬, 최고위 첫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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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통합당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1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긴급 오찬회동을 했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당 지도부 2선 후퇴론과 대선 경선 공정성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 뒤 “지금 당에 가장 필요한것은 통합과 쇄신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추미애·원혜영 의원, 박병석 국회부의장, 문희상 의원. [김형수 기자]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 6·9 당 대표 경선 이후 처음으로 불참했다. 의사봉은 경선 때 2위를 한 김한길 최고위원이 쥐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몸이 불편해 회의에 결석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전날 세종·대전·충남 대선경선에서 지역구인 세종시 당원들과 반주를 겸한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만찬 직후 몸살 기운이 몰려왔다고 한다. 그간 누적됐던 피로 때문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관리에 따른 격무로 지난주엔 병원도 다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몸상태가 최근 당내 상황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모바일투표 공정성 시비로 순회 경선 때마다 일부 당원이 물리력을 행사하고 비주류 의원들의 ‘이해찬-박지원 투톱’ 2선 후퇴 요구가 이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쌓인 게 아니냐는 거다. 전날 경선에서 일부 당원이 계란 투척에 주먹다짐까지 벌이자 이 대표는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를 불러 “소란 피운 사람들을 가만 놔둘 거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표의 부재 중 당 분위기는 심상찮게 돌아갔다. 지도부에서조차 ‘셀프 쇄신’ 요구가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쇄신을 이끌어야 할 지도부가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받게 돼 자괴감이 든다”며 “지도부까지 쇄신의 대상으로 삼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쇄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한 측근은 “쇄신을 위해서라면 ‘중대 결심’도 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중진들도 경고음을 냈다. 박병석 국회 부의장을 비롯해 김한길·이종걸·추미애 최고위원, 문희상·원혜영·이미경 의원 등 당내 4선 이상 중진 11명은 오찬을 함께하고 지도부의 리더십에 우려를 나타냈다. 모임을 주재한 박 부의장은 “일부 참석자가 시중의 여론을 전하면서 (지도부 2선 후퇴론을) 언급하기도 했다”며 “지도부는 좀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파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말도 했다. 경선 과정에서 비문(非文·비문재인) 후보들은 당내 주류인 친노 그룹이 문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경선룰을 만들었다는 불만을 드러내 왔다. 중진들도 그런 주장에 대체로 동의한 셈이다. 다만 박 부의장은 “지금 경선이 진행 중인 만큼 현실적으로 룰의 교체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에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해 경선룰 수정의 필요성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11일 의원총회를 소집한 상태다. 연판장을 돌리며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던 김동철·황주홍 의원 등 이른바 ‘쇄신파’ 의원 10여 명은 이날 만찬 회동을 하고 전열을 정비했다. 한 참석 의원은 “지도부가 의총에서 2선 후퇴 요구가 나오지 않도록 의원들 단속을 해왔다”며 “소통조차 하지 않으려는 이런 지도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을 오히려 꼬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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