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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폭탄 돌리기 ‘나는 놈’ 따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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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수연
경제부문 기자

정치의 계절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정치 바람이 테마주 바람이 돼 분다. 정치 테마주가 보통 사람의 상식에서 말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안다. 대선 후보가 몸담았던 법률사무소 고객 회사라고 주가가 마구 오르거나 급하게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되나. 난센스다. 하지만 테마주 투기자에게 논리적인 이유 같은 건 의미가 없다. 주가만 오르면 된다. 잘만 올라타면 한몫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돈 벌기가 그리 쉬울 리도 없다. 여기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아가방앤컴퍼니. 이 회사 대표는 올 2월 62만 주를 주당 약 1만7000원에 팔았다. 2002년부터 갖고 있던 주식이었다. 차익이 100억원이 넘는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11월 8900원대에서 연초 2만원을 넘었었다. 대주주가 고점 근처에서 매도에 나선 것이다. 안철수 테마주라는 써니전자도 비슷하다. 최대주주와 친인척들이 100만 주 넘게 팔아 100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지난 6일에는 자사주 50만 주도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3년째 적자인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주가는 397원이었지만 올 8월에는 1만원을 넘었다.

 문재인 테마주라는 신일산업은 또 어떤가. 최대주주가 올 들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 150만 주를 보통주로 바꿨다. 지난해 말 400원대던 주가가 1000원을 넘어선 뒤다. 그중 65만8000주를 바로 팔아 4억여원의 이득을 챙겼다. 이런 사례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막상 테마주 열풍으로 돈을 손에 쥔 것은 오너들과 소수의 작전 세력이란 얘기다.

 투자 전문가들은 ‘테마주 같은 건 아예 관심도 갖지 마라’고 입 아프게 당부한다. 증권거래소는 수없이 주의보를 발령한다. 그런데도 가끔 테마주에 혹하는 당신, 요즘 인기 절정 싸이의 노랫말 한마디를 떠올리면 어떨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 작전세력과 대주주라는 ‘나는 놈’이 한탕을 꿈꾸는 ‘뛰는 놈’ 당신의 호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