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 2곳 자본 잠식 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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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3강 2약’. 국내 항공업계에서 저가항공 5개사의 구도를 이르는 말이다.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 한진그룹의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등 3개사는 흑자를 기록하며 노선 확충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KIC그룹)과 티웨이항공(옛 토마토저축은행, 현 예금보험공사 소유) 등 2개사는 적자가 쌓이며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와 티웨이 등 두 곳의 후발 저가항공사는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티웨이항공은 실질적 대주주인 토마토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창업투자회사인 신보종합투자가 전신인 한성항공을 인수하며 토마토저축은행에서 150억원을 대출받은 게 화근이었다. 자본 전액 잠식 상태인 티웨이항공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금액이 지난해 말 180억원에서 최근 26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스타항공도 손실이 계속되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 전액잠식 상태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 4월 이스타항공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206억1200만원이 많았다.

 매물로 나왔다가 두 차례 유찰됐던 티웨이항공은 최근 재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예보는 최근 티웨이의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매각 가격은 300억~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오너 측에서 매각 의지를 보이지 않아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저가항공사의 위기는 자금력이 취약한 오너가 무리하게 진출했거나 항공산업에 대한 경영능력이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 고 지적했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자금력이 탄탄해야 계속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 저가항공사를 설립할 당시엔 500억~6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지만 추가로 500억원을 더 쏟아부어야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 지난해 흑자전환한 제주항공은 설립 당시 자본금이 150억원이었지만 현재 1100억원대로 확대됐다. 진에어나 에어부산도 대주주가 지속적으로 자금을 수혈해 영업기반을 다져왔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의 경우 실질적 오너인 민주통합당 이상직(전주 완산을) 의원이 올 4월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회장직과 상당수 지분을 친형인 이경일 이스타항공 회장에게 넘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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