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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안개·서리 늘고 호흡기 질환 유발" 박석순 "물 체류시간 늘리는 게 정책 목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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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5일 “4대 강 사업으로 금강과 영산강이 ‘저수지와 늪’ 상태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했다.심 의원은 “4대 강 사업 구간 중 80%가 호소(저수지와 늪)로 변했다. 낙동강은 본류 전체가 호소로 변했고 영산강·금강은 70~80%, 남한강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석순(55)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은 “4대 강 사업은 원래 유속을 떨어뜨려 물을 오래 잡아두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로 폭우와 건조기가 반복되면 물을 더욱 오래 붙잡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로, 수자원 연구학자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4대 강 공사로 낙동강에 이어 영산강·금강의 물 흐름이 느려졌나.
“맞다. 원래 4대 강 사업은 물을 최대한 천천히 흐르게 하는 게 목표다. 한국의 근본적인 물 문제는 빗물이 너무 빨리 바다로 흘러가버려서 생긴다. 자연호가 적고 경사가 급한 산지형 하천인 데다 지하도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름에 집중적으로 비가 올 때는 빨리 흘러 나가버리고 땅에도 물이 고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능한 한 물을 오래 모아두어야 한다.”

-강물 체류시간이 4~9배 늘었는데 문제가 없단 말인가.
“그렇다. 해외에선 물을 더욱 오래, 많이 잡아두려고 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비로 내리는 물의 95%를 가두었다가 사용한다.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빗물을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천천히 흐르게 해야 한다.”

-강물이 오래 머물면 수질에 이상이 생기지 않나.
“수도권 주민들은 국내에서 가장 체류시간이 긴 물을 먹고 있다. 한강 물은 장기간 강에 머문다. 소양호 물의 체류 시간은 500일이 넘는다. 소양호에서 내려와 의암호, 청평호, 팔당호를 거쳐 물이 모인다. 그 덕에 수도권 수자원이 풍부한 것이다. 하지만 수질은 가장 좋다. 물이 160일, 180일 체류한다고 해서 재앙처럼 얘기하는 것은 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미디 수준의 해프닝이다.”

-유속이 느려져 조류(藻類)가 생겼다는 주장이 있는데.
“올여름 조류는 더위 때문이다. 유속이 느려져 조류가 빨리 자랐다는 과학적 데이터는 없다. 다만 물이 천천히 흐르면 물 위에 떠 있던 유기물이 강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강 바닥에서 분해가 되면서 물속 산소를 소모하게 된다. 그러면 인(燐)이 많이 올라오는 게 문제다. 현재 4대 강 바닥은 산소가 부족한 상태는 아니다.”

이 같은 국립환경과학원의 입장을 전하자 심 의원은 “주무 기관이 그런 거꾸로 된 상황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고 맞받았다. 그는 “정체돼 있는 물에 녹조가 끼면 식수에 문제가 생긴다. 안개와 서리는 많아지고 일조시간이 달라진다. 기관지 등 호흡기 질환이 생길 수 있다”며 “주민 건강은 위협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4대 강 실태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침묵으로 동조해온 박근혜 후보는 4대 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영선·백일현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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