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회 대정부질문서도 안철수 이슈는 실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빈 국회 지키는 여야 원내대표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아래 왼쪽)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옆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외교·안보·통일에 관한 대정부 질문이 열렸으나 의원들이 자리를 떠 빈 좌석이 많았다. [뉴시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불출마 협박 주장이 제기된 지 하루 뒤인 7일. 당초 사찰설·협박설을 놓고 여야 간 거친 설전이 오갈 것이라던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안 원장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오후 4시를 넘겨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김황식 총리에게 사찰설을 추궁한 정도다.

 전날만 해도 대선 정국을 흔들 폭탄으로 여겨졌던 ‘불출마 협박’ 논란은 예상 외로 소강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폭로 당사자인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와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인간관계를 들며 반격에 나섰고, 민주당은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백병전으로 맞붙기보다는 원거리 공방을 벌이는 양상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이날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들었는데 그런 걸 이렇게 확대 해석하는 건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전 위원과 금 변호사 사이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로 오랜 친구라는 거 아니에요?”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안 원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당 진상조사위(위원장 우윤근)도 꾸렸다. 안 원장 측과 반(反)박근혜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불출마 협박은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유신의 악령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리전을 치르는 민주당에선 ‘장작’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로를 뒷받침할 팩트가 없으면 동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안 원장의 미묘한 관계도 변수다.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는 사찰설을 다룰 국정조사를 시사했지만, 당 내부 기류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기존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 대상에 안 원장 사찰을 포함시키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안 원장의 대리전에 뛰어들기 전에 따져 볼 게 많다. 당내에선 당원도 아닌 안 원장을 향한 과도한 관심이 당 후보에 대한 주목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택(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정당에 몸을 담지 않고 있는 안 원장을 대신해 민주당이 움직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 실질적 이득 없이 ‘안철수의 용병’이란 이미지를 줄 위험도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하이라이트인 광주·전남 경선이 끝났는데 안 원장 얘기만 해야 한다는 상황이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트위터에서 “의도했든, 안 했든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날 JTBC와 리얼미터가 유권자 750명을 상대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금 변호사의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42.2%로 정 전 위원에 공감한다는 응답(28.7%)보다 많았다. 반면 조사 전문업체 미디컴이 6일 트위터에서 상위 50개 리트윗을 분석한 결과 안 원장을 옹호하는 내용은 27.8%인 데 비해 새누리당 옹호는 65.7%로 나타났다.

 한편 안 원장 ‘산업은행 뇌물 공여설’의 당사자인 강성삼 전 산업은행 벤처지원팀장은 6일 JTBC와 인터뷰에서 “안 원장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사회에 참석해 순두부 하나 얻어먹은 게 전부”라며 “내가 투자를 부탁하는 입장이어서 뭘 받을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