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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정준길, 1시간 만에 26년 친구서 정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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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강인철·조광희 변호사, 금 변호사,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 [연합뉴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45) 변호사와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정준길(46·변호사) 공보위원은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로, 친구 사이다. 사법시험은 금 변호사가 1년 먼저 합격했다. 금 변호사가 1992년 사시 34회, 정 위원이 이듬해 35회로 합격했고 둘 다 검사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정 위원이 법대 동기생 동문회장을 수년간 맡으면서 금 변호사와 종종 만나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검사 시절 가는 길이 달랐다. 형사부에 주로 근무한 금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로 있던 2006년 9월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란 칼럼을 연재했다. “조사받을 때 변호사 없이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등 검찰의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이것이 문제가 돼 이듬해 옷을 벗었다.

 정 위원은 ‘특수통’ 검사로 분류된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울산지검에서 대검 중수부에 파견돼 한나라당의 2002년 대선자금 불법 모금 의혹수사에 참여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특히 불법 대선자금 수사 중 당시 박종식 한나라당 후원회 부장에게 “새로운 물결에 동참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자백을 종용했다가 한나라당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검찰을 떠난 뒤 두 사람은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금 변호사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당시 후보의 멘토단 일원으로 참여했다. 지난달 페이스북에 ‘진실의 친구들’이란 코너를 연 그는 ‘네거티브 대응팀장’으로 불린다. 현재 법무법인 지평지성 소속이다.

 정 위원은 CJ그룹에서 법무실이 아닌 전략구매실 상무를 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대한변협 수석대변인도 역임했으며 법무법인 광장을 거쳐 현재는 소형 법률사무소에서 일한다.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달 공보위원에 발탁됐다.

 하지만 6일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서로를 비난하면서 이들의 ‘20년 우정’은 금이 갔다. 정 위원은 기자회견 말미에 “20년 동안 사귀어 왔던 친구 한 명을 잃었다”는 말로 참담한 심경을 언급했다.

 한편 금 변호사의 이날 기자회견엔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과 강인철·조광희 변호사가 함께 참석했다. 법률법인 에이원 대표인 강 변호사는 안 원장과의 인연이 가장 오래된 사람이다. 그는 안철수재단을 설립하는 업무 전반을 관장하면서 안 원장의 측근으로 떠올랐다.

 강 변호사를 빼곤 민변(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다. 송 의원은 “개인적인 친분관계뿐 아니라 국회에서 진행 예정인 민간인 불법 사찰 국정조사 특위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11 총선 선거운동을 할 때 안 원장으로부터 지지 메시지를 받아 화제가 됐다.

 송 의원과 금 변호사는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도 함께 일했다. 송 의원은 캠프 대변인으로, 금 변호사는 멘토단에서 활동했다. 둘은 올 초 민주당 내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이었다. 조 변호사는 지난달 3일 안 원장과 용산 재개발 참사를 그린 영화 ‘두 개의 문’을 함께 봤다. 조 변호사는 영화사 ‘봄’의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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