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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어떻게 친구사이에 이런…" 되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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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광주비엔날레서 만난 박근혜·문재인·손학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6일 오후 광주광역시 용봉동에서 열린 ‘2012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해 강운태 광주시장의 소개에 함께 일어서 인사하고 있다. [광주=오종택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6일 캠프 소속 정준길 공보위원(변호사)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금태섭 변호사의 주장을 전해 듣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남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길게 말하지도 않고 “어떻게 친구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져요”라며 되묻는 수준에서 답했다. 금·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 동창이다.

 박 후보는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저도 보도 보고 알았다”며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건데 이해가 안 되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그런 얘기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 “(정 위원이) 협박을 하고 말고 할, 그럴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는 동안 당은 공세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상일 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금 변호사의 폭로는) 안 원장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자 물타기를 하기 위해 친구 간 사적 통화를 이용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며 “금 변호사의 태도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인 정치공작적 행태”라고 말했다.

 금 변호사의 ‘안철수 사찰’ 주장에 대해서도 “당이나 공보단에서는 정 위원이 금 변호사와 통화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공보단 회의에서 정 위원이 안 원장에 관한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정 위원이 당 지도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금 변호사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도 새누리당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안 원장에 대한 정치사찰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집권도 하기 전에 정치사찰을 하고 협박하는 세력은 반드시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 특정 대권 후보 개인의 일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총체적인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정 위원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단순하게 전달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선대위의 공보위원이라는 자리, 검찰 출신 정부·여당의 현역 당협위원장이라는 지위는 너무 무겁다”고 했다.

 이날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박범계 원내부대표는 “폭로 내용이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시중에 떠도는 수준으로 할 수 없는 너무 구체적인 얘기”라며 “검찰청이나 또 다른 정보기관, 수사기관이 조직적으로 사찰하고, 새누리당 누군가가 기획·유포했다면 중대한 사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의원은 "(새누리당이) 안철수 원장 관련 유언비어를 기사로 게재해 달라고 언론사에 보도를 청탁했다는 사례가 민주당에 제보됐다”며 "새누리당이 정보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사찰 정보를 이슈화하는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후보 간에 한쪽이 얻으면 다른 쪽이 잃는 대선 검증 제로섬 게임의 시작”(동국대 박명호 교수)으로 평가했다. 대리전을 벌인 금-정 변호사 모두 양 캠프의 네거티브 담당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검증 전쟁이 먼저 시작되면서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앞당길 가능성도 커졌다”며 “검증을 명분으로 이전투구가 심해지면 박 후보가 구태정치의 표본이란 역풍을 맞을 수 있지만 뇌물 공여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안 원장이 쌓아온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효식·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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