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이름에 '이것' 들어가면 수익률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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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값 상승세를 타고 금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름에 ‘골드’가 들어간 펀드 모두가 최근 1개월 수익률이 6%를 넘어섰다. 이런 뛰어난 수익률 덕분에 올 들어 ‘KB스타골드특별자산(금-파생)A’에 56억원이 들어오는 등 많은 금 펀드에 돈이 모이고 있다. 대형 주식형 펀드와 비교하면 유입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2008년 설정된 KB스타골드특별자산 펀드 전체 설정액이 147억원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올 들어 돈이 들어오는 추세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금 펀드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금(金)’자가 붙었다고 다 똑같은 금 펀드는 아니라는 점이다. 금 선물 등 금과 연계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금 현물과는 무관하게 금광회사 등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또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이름은 모두 금 펀드인데 수익률 격차가 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예컨대 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KB스타골드특별자산 펀드는 수익률이 35.36%지만 ‘블랙록 월드골드자(주식)(H)(A)’는 -25.45%로 매우 저조하다.

 KB스타골드특별자산 펀드는 대표적인 원자재지수인 S&P GSCI 골드 인덱스를 벤치마크삼아 금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다.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지만 벤치마크로 삼은 S&P GSCI 인덱스가 금 현물과 거의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금값이 오르면 펀드 수익률도 좋아지는 구조다. 거꾸로 금값이 급락하면 수익률도 따라서 곤두박질칠 수 있다. ETF에 투자하는 금 펀드도 비슷하다. 반면에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금 펀드는 대부분 금광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 주식에 투자한다. 금값 오르내림에 다른 두 종류의 금 펀드만큼 민감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신 정책적인 이슈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선물에 투자하는 금 펀드는 투자 증거금으로 자산의 5% 정도만 쓴다. 환율 급등락에 따른 환위험에도 딱 그 수준만큼만 노출돼 환헤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금 펀드는 이렇게 투자 대상이나 환헤지 비율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금 펀드에 투자하기에 앞서 먼저 펀드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금 관련 회사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 금 시세에 따른 수익률을 챙길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만약 최근 오르고 있는 금 시세를 본 후 금값 상승에 돈을 걸려 한다면 금 현물 투자와 연계된 펀드를 골라야지 엉뚱하게 금광회사를 담은 펀드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KB자산운용 문경석 이사는 “금 펀드는 해외펀드이기 때문에 금값 움직임 외에도 환헤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값 등이 심하게 요동치면 투자자산 규모에 비해 환헤지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 펀드는 보통 금값이 갑자기 오르면 헤지를 더 많이 하고, 다음 날 뚝 떨어지면 헤지 물량을 줄인다. 금값이 요동칠 때 이렇게 하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헤지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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