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비즈칼럼

글로벌 ‘봉이 김선달’ 어디 없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가 세계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침해 소송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콘의 모양과 테두리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회사에 마치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것처럼 양국 국민은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지만 잠시 눈을 돌려 보면 아이폰, 갤럭시 못지않게 세계 각국이 각축을 벌이는 분야는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물 산업’이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이 관용어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한국에서 ‘물이 돈 된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물 산업에 대해 ‘파란 금’( Blue Gold)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무대 뒤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리서치 기관인 GWI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4828억 달러(약 460조원)로 같은 시기 반도체 시장(2800억 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며 2025년에는 이보다 두 배 수준인 86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물은 ‘물 쓰듯’ 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수돗물을 받아 마시는 사람은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고, 차량에 넣는 휘발유나 경유보다 비싼 물은 백화점, 마트나 편의점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는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이미 기업 사이에서 시작됐다는 방증이다.

 소비자에게 고급 물을 공급하기 위한 기업 간의 경쟁과 별도로, 국가기관과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에게 좋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부와 함께 2009년부터 만성 적자와 노후된 시설, 적은 급수 인구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상수도의 운영, 관리상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상수관망 최적화 사업 및 지방 상수도 통합운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방 상수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수량 최소화, 정보기술(IT) 기반 통합관리 시스템 도입, 노후시설 개량 등을 통해 보다 높은 품질의 물을 공급하고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을 목표로 한다.

 그 첫 성과로 강원 남부권(영월·평창·정선·태백)에서 6월부터 첨단 시스템이 관리하는 품질 높은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20년간 이 사업을 지속하면서 다른 지역에도 물 관리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상수관망…’ 사업 성과는 16일부터 6일간 부산에서 열리는 ‘2012 세계 물 회의’에서 세계 130여 개국 7000여 명의 물 전문가, 석학 , 기업에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반도체보다 두 배 이상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물 시장에서 현재 한국의 점유율은 2.1%(약 14억20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번 세계 물 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대한민국의 물이 반도체나 자동차를 능가하는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경쟁력 있는 ‘봉이 김선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