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워크아웃기업 보증채무 갚아야"

중앙일보

입력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대상 기업의 채권금융기관이라도 사실상 빚을 받아낼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채무 상환 유예를 골자로 한 워크아웃 취지와는 상반된 것으로 이제도의 법적 효력 논란과 함께 현재 진행중인 유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河光鎬 부장판사)는 28일 파산한 금융기관인 고려증권이 워크아웃 기업인 동국무역이 발행한 회사채에 대한 보증채무를 파산 채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한국투자신탁증권을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이유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파산채권을 행사, 배당받으면 원고도 동국무역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게 돼 결국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의 출자전환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제도가 무색하게 되므로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구성원인 피고의 약속위반이라고 원고측이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워크아웃 약정이 체결됐다는 사정만으로 워크아웃 기업의 보증 채무까지 상환 유예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워크아웃 약정시 파산 금융기관이 보증한 회사채는 만기에 차환발행 등 만기연장 조치를 취하도록 했는데 이런 조치없이 상환기일을 경과했다"며 "그러나 피고를 비롯한 회사채 보유금융기관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이상 워크아웃약정만으로 피고가 차환발행 등을 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동국무역에 회사채 원금 상환기일로부터 3개월 내에 상환청구를 하지 않으면 보증효력이 상실된다는 특약을 했고 이 기간내에 청구하지 않았지만 상환기일전에 보증인인 원고가 파산했고 보증채무 기한이 도래해 피고가 파산채권 신고를 한 만큼 보증인이 면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고려증권은 동국무역이 95년 12월 발행한 만기 3년의 회사채를 지급보증했으나 98년 10월 파산선고를 받자 회사채 매입자인 한국투신이 고려증권에 대한 파산채권을 신고, 인정됐다.

고려증권은 그러나 회사채 발행자인 동국무역도 부도가 나 98년 10월 워크아웃에 착수하면서 한국투신을 포함한 채권 금융기관들이 내년말까지 채권 행사를 유예키로 하자 한국투신의 파산채권은 워크아웃 약정에 반한다는 등 이유로 배당받을 수 있는 효력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