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국경의 훈춘 ‘동북아의 홍콩’ 개발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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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합작·공영·발전을 통해 두만강 일대를 광활한 발전의 무대로 만들자.”

 200만 중국 조선족 동포의 ‘요람’인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가 3일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이날 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인 옌지(延吉) 인민경기장에서 2만20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경축 공연에서 리룽시(李龍熙·49·사진) 자치주장은 축사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옌볜의 새로운 도약을 약속했다. 경축 행사에는 지린성 출신인 후이량위(回良玉)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했다. 조선족 동포 김철희(50)씨는 “조선족자치주가 지난 60년 중국 속에서 우리 민족의 문화를 지키는 데 구심적 역할을 했다”며 “오늘은 조선족 모두의 환갑”이라고 말했다.

 옌볜조선족자치주는 그 동안 괄목할 성장을 했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9782위안으로 1952년에 비해 21.5배 증가했다. 중국 평균 수준에 근접한다. 그 중 훈춘의 발전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러시아 등과 국경을 접한 이 도시는 지난 4월 중앙정부로부터 ‘국제합작시범구’로 지정된 후 ‘동북아의 홍콩’으로 거듭나기 위한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조선족 사회는 지금 위기다. 젊은이들이 외지로 떠나면서 조선족 커뮤니티가 해체될 처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조선족 동포는 약 200만 명, 그 중 옌볜조선족자치주에 약 83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현동일 옌볜대 동북아연구소 소장은 “옌볜자치주의 조선족 83만 명 중 절반 이상은 한국에, 나머지 20만 명 정도는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조선족자치주는 껍떼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긍정적 전망도 있다. 이종림 옌볜대 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린성은 석탄·금 등 천연자원이 많아 경제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다”며 “여기에 훈춘의 계획하고 있는 동북아 국제 물류 중심 프로젝트가 받쳐준다면 이 지역은 10년 안에 동부 연안도시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주 설립 60돌, 해체의 위기에 직면한 조선족 사회가 새로운 발전 동력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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