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고령층 척추골절, 골시멘트가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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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철 제일정형외과 대표원장

노인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은 암일까? 그렇지 않다. 당뇨나 고혈압도 아니다. 다름 아닌 낙상에 의한 골절이다. 젊은 사람은 골절이 생겨도 쉽게 뼈가 붙는다. 침상에 오래 누웠다고 해도 재활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노인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잘 붙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재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근육이 급속히 위축되는 현상을 ‘사르코페니아’라고 한다. 한번 병상에 누우면 다시 일어나지 못해 평생 누운 채 생을 마쳐야 한다. 때론 운동 부족으로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이 급격히 악화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1990년대 말부터 임상에 쓰이기 시작한 골시멘트(뼈강화제)의 등장은 노인에겐 복음과도 같았다. 평생 병상에 누워 여생을 보낼 척추골절 환자들이 시술 한두 시간 만에 걷게 하는 ‘기적’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원리를 들여다보면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간단하다. 점성이 있는 액상의 뼈강화제를 골절이 생긴 부위에 집어넣으면 순식간에 굳어 부러진 뼈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건축 현장에서 쓰이는 시멘트의 원리와 같다.

 시술도 간단하다. 부분마취하에 주사로 강화제를 집어넣으니 시술은 10여 분이면 끝난다.

 척추압박골절 증상은 개인차가 심하다. 움직일 때만 경미하게 발생하는 통증에서부터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허리를 삔 정도로 생각했던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에서 늑간으로 통증이 심해지는 환자도 있다.

 문제는 가벼운 압박골절이라도 방치하면 허리가 점차 굽고, 신경을 압박해 하지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골시멘트에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골시멘트로 봉합한 부위의 아래·위쪽에서 다시 골절되는 사례가 10% 정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전히 보조기를 착용해 뼈가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 보존요법을 많이 시행한다. 젊은 사람이나 골다공증이 심하지 않다면 보조기를 3~4개월 착용하면서 기다려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골다공증이 워낙 심할 때, 또 치료가 지연될 경우 재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고령층 환자라면 골시멘트를 활용한 척추성형술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척추성형술은 간단하지만 주의가 요구되는 시술이기도 하다. 골시멘트가 뼈 바깥으로 새어나와 주위 신경을 압박하거나 혈관 내로 들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술 경험이 풍부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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